삼청동 거리 [사진=이조은 기자]
삼청동 거리 [사진=이조은 기자]

[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박대한 기자] 완연한 가을이 왔습니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도 떨어지니 감수성도 풍부해집니다.

2022년이 시작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이 다 가버렸습니다. 저마다 '올해 뭐 했지?'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추억에 잠기게 되는 가을. 이번 'MZ세대가 간다'에서는 각자 '추억의 장소'에 다녀와보기로 했습니다.

북촌 카페거리 [사진=이조은 기자]
북촌 카페거리 [사진=이조은 기자]

◇ 고등학교 시절 영화 찍던 추억이 새록새록(Feat. 이조은 기자)=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을날, 북촌 카페거리와 삼청동 담벼락 길을 걸었습니다.

사실 추억의 장소라고 하니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고등학교 시절 대외활동으로 ‘청소년을 위한 영화학교’에 참여했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한 학기 동안 매주 토요일에 삼청동 어딘가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가서 이론 수업도 듣고 실제로 영상도 찍어봤습니다.

쳇바퀴처럼 공부만 해야 했던 입시 환경에서 유일하게 놀러 가는 마음으로 했던 활동이라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직접 시나리오도 써보고, 카메라도 만져 보고, 연기도 해보는 등 여러 가지 도전해 봤던 경험이 지금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데요. 덕분에 영상이나 언론에도 관심이 생겨서 실제로 관련 학과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삼청동 거리 [사진=이조은 기자]
삼청동 거리 [사진=이조은 기자]

당시에 매주 드나들던 건물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아쉽게도 벌써 10여 년 전이라 주소가 제대로 남겨 있지 않았습니다.

가운데 나 있는 찻길 양쪽에 가로수와 음식점, 카페 등 매장이 있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반복되는 거리 풍경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정확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대신 가끔 촬영을 나왔던 삼청동 담벼락 길과 북촌 골목길 및 카페거리를 걸으며 감상에 잠겼습니다. 신기하게도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어렸을 때 이후로 다시 와보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잡화점에 양말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잡화점에 양말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그 중 특별히 눈길을 끈 것은 각종 기념품과 양말, 불량식품 등을 파는 잡화점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레트로 감성에 취향을 저격당해 ‘어머, 이건 사야 돼!’하며 지름신이 발동했습니다.

분명히 양말 두어 개만 사고 가려고 했는데, 10개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흔한 상술에 어느새 정신없이 양말을 골라 담고 있었죠. 먹으면 혀가 파래지는 사탕 등 불량식품은 덤이었습니다.

10년 전에 이곳에 왔다면 가격은 더 쌌겠지만, 예쁘다고 양말을 10개나 살 엄두를 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새삼 어른이 된 것이 느껴집니다.

가을이 되니 부쩍 감수성이 풍부해집니다. 두둑한 양말 뭉치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끔 추억에 잠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녹번초등학교 전경 [사진=이준호 기자]
녹번초등학교 전경 [사진=이준호 기자]

◇ 하나둘 사라져가는 추억의 장소들...아쉽지만 안녕(Feat. 이준호 기자)=일찍이 이번 'MZ세대가 간다' 주제를 추억의 장소로 정하고 한동안 어디를 가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주위 걱정과 달리(?) 체질에 잘 맞았던 군대 시절 복무했던 자대, 스무 살에 들어가 스물여덟이 돼서야 졸업한 대학교 등 수많은 추억의 장소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가장 추억이 많은 곳은 현재도 살고 있는 '은평구'였습니다. 평생을 은평구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죠.

은평구 내에서도 녹번동 일대를 방문해 봤는데요. 이곳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다녔고, 친한 친구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매일같이 찾았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는 재개발로 인해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바로 옆 동네인데도 갈 일이 없어진 곳이기도 하고요.

가장 먼저 '녹번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자칫 수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내부에 들어가 볼 순 없었지만 정문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다만 항상 바글바글했던 운동장이 너무 조용해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은평문화예술회관 뒤편에 있는 공간. 어린 시절 방과 후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장소다. [사진=이준호 기자]
은평문화예술회관 뒤편에 있는 공간. 어린 시절 방과 후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장소다. [사진=이준호 기자]

등굣길에 준비물을 사고 장난감과 간식거리를 사 먹던 문방구는 없어졌습니다. 실제 최근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학교에서 준비물을 대량 구매해 나눠주면서 문방구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추억이 담긴 장소가 사라진 걸 보니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은평문화예술회관'을 찾았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매일 방과 후에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곳인데요. 벤치에 앉아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대학생, 취준생 시절 추억이 깃들어있는 인근 편의점이었습니다. 당시 매일같이 친구들과 PC방에서 몇 시간씩 게임을 즐기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동틀 녘까지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요. 현재는 테이블을 치우고 흡연공간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맥주를 마실 수도 없었고, 친구들도 다들 근무 중이라 만날 수 없었지만 잠시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옛 생각에 빠졌습니다. 항상 시답잖은 얘기를 늘어놓으며 친구들과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녹번역 인근.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추억의 공간들이 사라졌다. [사진=이준호 기자]
녹번역 인근.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추억의 공간들이 사라졌다. [사진=이준호 기자]

이어 방문한 곳은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 3명이 살던 곳인데요.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 단지로 변했습니다. 문득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자주 가던 호프집이 생각났는데요. 당시 항상 돈이 없었기 때문에 4~5명이 치킨 한 마리 시켜놓고 소주를 마시다 보면 아주머니께서 안쓰러웠는지 계란후라이를 해주시곤 했습니다. 지금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이번 기회에 가까이 있지만 벌써 한참을 찾지 못했던 추억의 장소들을 둘러봤는데요. 여전히 그대로인 곳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거나 변한 곳들이 많아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들은 여전히 남아있으니 다행입니다.

지난 27일 학창 시절 추억을 담긴 모교를 방문했습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지난 27일 학창 시절 추억을 담긴 모교를 방문했습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 "수능 앞두고 농구 했던 기억"...추억 담긴 모교 탐방기(Feat. 박대한 기자)=날이 쌀쌀해지는 건 수능이 다가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28일 기준 수능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입을 준비한 수험생에게 청천벽력이 따로 없을 텐데요.

어떤 상황에도 개성 있는(?) 친구가 한두 명씩 있기 마련입니다. 기자는 수능을 앞두고 농구공을 들고 코트 위를 뛰놀던 학생이었습니다. 이후 겪게 될 재수라는 고통을 상상도 못 한 채 말이죠.

학문에 큰 뜻이 있진 않았지만 고등학교는 여러 추억이 녹아 있는 장소입니다. 그 추억을 좇아 모교를 방문해 봤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지금 올라도 숨이 턱 막혔습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가파른 오르막길은 지금 올라도 숨이 턱 막혔습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6년 만에 돌아온 학교는 여전히 가파른 오르막길을 자랑했습니다. 재학 당시 지각할 때면 늦지 않기 위해 경사로를 뛰어야 했는데요. 교실에 도착하면 땀범벅이 되곤 했습니다.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학교 매점이 나옵니다. 방문하기 전엔 코로나19 여파로 매점이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만 내부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과자 구성품이 바뀌었고 냉동식품 종류가 줄었으며 각종 빵이 사라졌습니다.

매점 아주머니가 학생들이 자주 사 먹는 상품을 알려줬다. [사진=박대한 기자]
매점 아주머니가 학생들이 자주 사 먹는 상품을 알려줬다. [사진=박대한 기자]

매점 아주머니는 빵 가격이 너무 올라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얘기하셨는데요. 학생에게 가격 부담을 넘길 수 없지 않으냐고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안 작은 매점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를 겪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교실, 자습실, 스터티 카페 등 여러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처럼 농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한데요. 고등학교 시절 자주 농구 했던 3곳이 있습니다.

야외 농구장과 체육관 전경 [사진=박대한 기자]
야외 농구장과 체육관 전경 [사진=박대한 기자]

먼저 야외 농구장과 체육관인데요. 주로 체육시간이나 점심, 저녁 등을 먹고 찾았던 곳입니다. 모교를 방문했던 27일 정오께는 최고 27도까지 오르며 햇살이 강했는데요. 야외 농구장에서 농구 하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 때는 농구에 죽고 못 살았는데, 이제 농구공을 마지막으로 잡았던 순간이 가물가물합니다. 대신 학생들이 농구 하는 걸 구경했는데요. 잊고 있던 농구 열정이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가도로 농구장 전경 [사진=박대한 기자]
고가도로 농구장 전경 [사진=박대한 기자]

또한 야외 농구장, 체육관과 함께 송파아우름 체육센터에서 농구를 주로 했습니다.

송파아우름 체육센터는 '고가도로 농구장'으로 통용됐습니다. 이는 고가도로 밑에 농구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가도로가 햇볕을 막아줬고 총 4개의 농구 골대가 구비돼 있어 농구하기 최적의 장소입니다.

시설도 준수한 편이라 평일에도 사람들이 찾는 농구장인데요. 앞서 농구 하던 학생들에게 자극받았던 터라, 홀로 공을 던지던 사람에게 다가가 1:1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흔쾌히 제안받았는데요. 그 결과는 5대 1. 참패했습니다.

모교를 방문할 때만 해도, 직접 농구를 하게 되리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추억을 좇으니 농구장으로 발길이 옮겨졌습니다.

이는 학창 시절 누구보다 농구를 좋아했기에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인 것 같습니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듯, 그에 따른 추억도 제각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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