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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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이=이준호 기자] 2019년 '명징', 2020년 '사흘', 지난해 '금일'과 '무운'에 이어 올해는 '심심한 사과'가 문해력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번 '심심한 사과' 논란은 지난달 말 서울 한 카페가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있었던 오류에 대해 사과하며 SNS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인 '심심(甚深)'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의미의 '심심'으로 오해해서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처음 해당 논란이 언급되기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이게 논란거리가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비난성 댓글을 다는 행태를 보면서 심경이 복잡해졌습니다.

실제 해마다 반복되는 문해력 논란을 지켜보면서 MZ세대로서 다양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주 'MZ세대가 간다'에선 문해력에 관련한 각자 생각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한 사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한 사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나친 반지성주의...모를 수 있지만 화는 내지 말아야(Feat. 이준호 기자)=문해력 논란이 불거질때마다 '엘리트 주의'와 '반지성 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곤 합니다.

주로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며 '이것도 모르냐'는 엘리트주의와 '왜 어려운 단어를 쓰냐'는 반지성주의의 충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명징'을 제외한 '사흘', '금일', '무운' 등 논란이 됐던 단어들은 '엘리트적' 단어라고 하기엔 참 초라합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은 초등교육에서 배우는 단어입니다. 금일은 한자어이긴 하지만 흔히 쓰는 단어 중 하나죠.

하지만 주위에서 하루, 이틀을 '1루', '2틀'로 적고,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또 거래처와의 대화에서 '금일'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상대방이 오해하는 바람에 난처했다는 얘기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발송한 안내 문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발송한 안내 문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또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3월에는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보낸 공결 관련 안내 문자 내용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교 측은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 수가 급등하며 공결증 신청 또한 많다. 그런데 신청자 중 대부분이 '병역'으로 신청했다"며 "병역은 입대와 관련된 내용이다. '전염성감염질환' 또는 '기타'로 신청해야 하며, 잘못 신청한 학생들은 취소 후 다시 신청하길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 대학생들이 '병역'의 의미를 모른다는 게 꽤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논란이 된 단어를 사용한 사람들도 특별히 엘리트주의적 사고로 해당 단어들을 사용한 게 아니며, 잘못 이해한 이들도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잘못 이해했는데 오히려 화를 내는 이들'이 문제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반복되는 문해력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반지성주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게 당연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모르는 단어를 사용하면 '왜 어려운 단어를 쓰냐'고 비난하거나 '틀딱', '꼰대' 등으로 비하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실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기사 댓글에서도 이런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글 자체를 제대로 읽지도 않거나 읽기는 했으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본인 의견만 일방적으로 피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자도 서울 하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지난해 끝까지 읽은 책은 한 권도 되지 않습니다. 엘리트는 아니죠. 그래도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니 만큼 항상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모든 어휘를 알고 있을 필요도 없고, 모든 맞춤법을 알고 있을 필요도 없는 세상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바로 검색을 통해 뜻을 알 수 있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이 궁금하면 바로바로 검색을 통해 교정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앞으로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조금 귀찮더라도 검색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요?

[사진=트위터 캡처]
[사진=트위터 캡처]

◇본질은 문해력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닐까(Feat. 이조은 기자)=최근 ‘심심한 사과’라는 말이 연일 SNS를 도배했습니다.

당시 한 웹툰 작가의 사인회를 두고 주최 측이 고객들에게 예약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사과하기 위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표현을 썼는데 일부 사람들이 심심하다는 표현을 ‘지루하다’는 뜻으로 오해하고 비난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심심하다’는 말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으로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기자는 위 사건을 비단 낮은 문해력 하나 때문에 벌어진 사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SNS에서 이루어지는 때로는 극단적이고 또 지나치게 동조적인 소통 방식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봅니다. 최초로 댓글을 단 사람에 이어 짧은 몇 분 안에 줄줄이 비슷한 댓글이 올라오면서 파장이 커졌던 것이죠.

특히 ‘심심한 사과’ 표현 논란의 발단이 된 트위터라는 SNS 공간은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표출하는 창구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순기능이지만, 반면에 필터링 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죠.

심심하다 국어사전 뜻 [사진=네이버 캡처]
심심하다 국어사전 뜻 [사진=네이버 캡처]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감정’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불만을 부추긴 하나의 불씨가 되었을 뿐이지 해당 사건의 핵심적인 본질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이미 주최 측의 대응에 불만이 많았는데 단순히 사과문 하나를 올리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 것이죠.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제대로 된 문해력도 ‘감정’에서 나오지 않나 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만약 해당 사과문을 읽고 당장 화가 나는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해석하려고 노력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겁니다. ‘심심하다’는 표현을 인터넷에 한 번만 검색해봐도 그 속뜻을 알 수 있었을 테니까요.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 자료 [사진=교육부 제공]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 자료 [사진=교육부 제공]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공감 능력이 너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발표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실질문맹률은 8.7%(수준 1, 수준 2 합계)밖에 되지 않습니다. 소위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 4' 이상에 해당하는 성인은 약 80%에 달합니다.

문해력에 앞서 상대방의 말을 존중해주고 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테스트 참여 당시 총 36만3773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점수는 66점이다. [사진=밀리의 서재 문해력 테스트 캡처]
테스트 참여 당시 총 36만3773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점수는 66점이다. [사진=밀리의 서재 문해력 테스트 캡처]

◇문해력이 낮아서 부끄럽나요?...모르면 찾아보면 되죠(Feat. 박대한 기자)='사흘이면 4일인가요?'라는 논란을 접하며 마냥 웃을 수 없었습니다. 정확히 아니라고 얘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심심찮게 '문해력'과 관련된 논란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문해력'은 어원에 따르면 글자를 해독하는 능력입니다. '기초적인 수준의 읽기 능력'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논란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 논란은 문해력에 관한 콘텐츠 댓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에 따르면 '이런 것도 모르냐', '요즘 교육 수준이 심각하다' 등 비난을 하는가 하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모를 수 있다', '헷갈리는 한자어는 쓰지 말자'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밀리의 서재는 본인 문해력을 알아볼 수 있는 '문해력 자가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KBS한국어진흥원에서 자문과 검수를 받았고, 36만명이 참여했다기에 한 번 검사해봤습니다.

문해력 테스트 결과 75점을 받았다. [사진=밀리의 서재 문해력 테스트 캡처]
문해력 테스트 결과 75점을 받았다. [사진=밀리의 서재 문해력 테스트 캡처]

테스트는 총 12문제가 출제됐는데요. 사지선다형으로 문항당 시간도 1분 30초로 넉넉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낯선 단어와 표현이 많았으며 안다고 생각했던 표현도 헷갈려 시간을 가득 채운 문항이 있었습니다.

흔히 문해력은 산문 문해력, 문서 문해력, 수량 문해력 세 영역으로 나뉘는데요. 그중 문서 문해력과 수량 문해력을 진단하는 문항에서 시간에 쫓기듯 풀다 보니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결과는 평균 점수인 66점을 살짝 웃돈 75점입니다.

공신력 있는 테스트로 보긴 어렵지만 스스로 부족함을 깨달을 기회였습니다. 이처럼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공부하고 배우면 되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을 배우려는 자세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입니다. 또 모른다고 해서 조롱받고 비난받을 근거가 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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