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전경 [사진=이조은 기자]
영화관 전경 [사진=이조은 기자]

[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 기자] 올해 여름 한국 영화계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습니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등 유명 배우들로 라인업을 갖춘 영화 ‘외계인’은 누적 관객수 153만명으로 마감해 손익분기점인 730만명을 한참 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흥행을 했다고 하는 이순신 장군 영화 ‘한산’도 손익분기점인 600만명은 넘었지만, 전작인 '명량'이 누적 관객수 1700만여명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소박한 성적입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게임’이나 올 여름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과 같이 크게 흥행한 작품이 없는 셈인데요.

이번 주 'MZ세대가 간다' 주제를 두고 회의를 하던 중, OTT 시장에서는 K-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왜 유독 영화에서만큼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해 보게 되었습니다.

공통적으로 나온 이유는 영화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습니다. 1만원 초반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OTT에서는 한 달 기준으로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영화는 한 편의 경험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만큼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로 영화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티켓값 만큼의 만족감이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할 경우 영화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게 된다는 얘기가 오갔습니다.

영화관에서 팝콘+오징어 세트를 주문했다. [사진=이조은 기자]
영화관에서 팝콘+오징어 세트를 주문했다. [사진=이조은 기자]

◇오랜만에 영화관 갔지만...다시 OTT로(Feat. 이조은 기자)=며칠 전 생일을 맞아 지인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관을 가기로 했습니다. 티켓 한 장에 1만5000원이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찰나 지인은 당근마켓에 올라온 티켓으로 영화를 보면 싸다고 알려줬습니다. 실제로 당근마켓을 서치해 보니 8000~9000원 정도 시세에 영화 티켓을 양도받을 수 있었습니다.

통신사 할인이나 카드 할인이 특별히 없는 상황에서 5000원 이상 싼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나름 꿀팁을 알게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돈을 아꼈다는 생각이 들자 영화를 보면서 먹을 팝콘이랑 오징어 세트까지 시켰는데요. 둘이서 1만6000원, 한 사람당 8000원을 내야 했습니다.

영화 티켓 9000원에 팝콘 가격 8000원이니 합치면 1만7000원입니다. 일반적인 OTT 한 달 가격보다 비싸다 보니 예전처럼 심심하면 영화관이나 놀러 가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또 영화관에 갔더니 의외로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10분 이상 광고를 시청해야 했고, 바로 옆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앉았는데 괜히 신경이 쓰여서 반대쪽으로 몸을 구겨 앉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내가 이 돈을 주고 영화를 보러 오는 게 맞았나 하면서 비판적인 사고 회로가 돌아갔습니다.

또 영화관만 가는 게 아니라 끝나고 밥도 먹어야 되고 후식을 먹으러 카페에 갈 것까지 생각하니 한 번 놀러 나와서 너무 돈이 많이 깨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갔던 영화관 나들이는 왠지 올해로 마지막이 될 것만 같은 예상이 들었는데요.

사진=쿠팡플레이 캡처
사진=쿠팡플레이 캡처

일주일만에 예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당초 다음 번에 한산을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때마침 한산이 쿠팡플레이에 들어왔다는 소식에 집에서 편하게 보기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한산을 집에서 보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현재 콘텐츠 시장은 격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에 맞춘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0일 구입한 영화 '놉' 티켓. 제값인 1만4000원을 지불했다. [사진=이준호 기자]
지난 30일 구입한 영화 '놉' 티켓. 제값인 1만4000원을 지불했다. [사진=이준호 기자]

◇무려 3년 만에 극장 방문...만족스럽지만 재방문 의사는 '딱히'(Feat. 이준호 기자)=이번 주 'MZ세대가 간다' 주제로 '영화'를 선정하고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극장을 찾은 게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보기 위해 방문했던 3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원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대학교에서 영화와 관련해서 깊이 공부하기도 했고, 졸업 논문도 영화와 관련된 주제로 작성했을 정도인데요. 어느 순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지'라는 신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공강인 날이면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게 낙이었던 적도 있는데 3년이나 극장에 가지 않았다니 좀 놀랍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극장을 잘 찾지 않게 된 것은 최근 영화 티켓 가격이 1만4000원~1만5000원에 달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지만 가장 큰 원인은 OTT와 유튜브의 등장이 아닐까 합니다.

넷플릭스 등 OTT가 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게 됐고, 유튜브의 10~30분 길이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비교적 긴 호흡의 영화를 쭉 감상한다는 게 어느 순간 힘들어지기도 했거든요.

또 최근 인터넷상에서 영화 후기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비판적인 내용들이 많은데요. 영화 티켓 가격이 워낙 오르다보니 비판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게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진짜 졸작이 아닌 이상 돈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달라진 거죠.

지난 30일 3년 만에 찾은 극장. [사진=이준호 기자]
지난 30일 3년 만에 찾은 극장. [사진=이준호 기자]

아무튼 지난 30일 3년 만에 극장에 방문했습니다. 후배들이 당근마켓, 통신사 할인 등 싸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추천해 줬지만 결국 귀찮아서 제값인 1만4000원을 지불하고 영화 '놉'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솔직히 1만4000원이면 평소 좋아하는 맥주 4캔을 사고도 3000원이 남는 돈인데 영화 한 편에 지불하기엔 좀 부담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소 콘텐츠에 지불하는 돈에 대해 굉장히 관대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말이죠.

본래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걸 좋아하지 않고, 애초에 군것질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에 따로 주전부리는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팝콘까지 좋아했다면 거의 3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했겠죠.

결과적으로 오랜만에 방문한 영화관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극장은 대형 스크린과 좋은 음향까지 갖춰 영화에 몰입하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영화 '놉' 역시 정말 잘 만든 작품이었고요.

다만, 근 시일 내에 재방문은 딱히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1만4000원이라는 티켓값을 지불하고 보는 영화인데 상영 시작 시간 10분이 넘도록 계속 보여주는 광고가 제일 큰 불만사항입니다.

물론 높은 티켓값 자체도 역시 아쉽고요. 만약 2명이 영화를 보러 가서 제값 주고 티켓과 팝콘, 음료를 구입하면 4~5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돈을 주고 할만한 경험인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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