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박대한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를 외치던 MZ세대도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변하고 있습니다.
바로 '무지출 챌린지'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인데요. 무지출 챌린지는 말 그대로 온종일 한 푼도 쓰지 않고 버티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식비를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거나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등 다양한 절약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번주 'MZ세대가 간다'에서는 일주일간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며 느낀 점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주변 도움에도 실패한 '무지출 챌린지'(Feat. 박대한 기자)=최근 물가상승률은 음식점을 방문하거나 마트를 찾을 때 체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보낼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바로 '무지출 챌린지'입니다. 해당 챌린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출 없이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SNS를 통해 '플렉스'를 선도하던 MZ세대도 챌린지에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주변 친구들보다 절약하며 지냈지만 입사 후 계획 없이 돈을 쓰고 있었는데요. 이참에 무계획 소비를 바꿔 보자는 생각으로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 봤습니다.
토스를 통해 지난달 소비 내역을 살펴보니 쇼핑과 식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취미·여가, 카페·간식 등에 지출이 컸는데요. 쇼핑과 취미·여가, 카페·간식 등은 의식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식비는 굶지 않는 이상 줄일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재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밀프렙족'이 많았는데요. 요리에 재능도 없고 아침잠이 많은 저로서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편도족'처럼 탕비실에 구비된 라면을 먹는 '탕라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은 부장, 선배가 밥을 사주시며 성공하길 응원했습니다.
탕비실 라면을 혼자 다 먹어갈 때쯤 통제할 수 없는 지출의 문턱에 마주했는데요. 이미 잡혀 있는 약속과 커피 중독입니다. 예전에 잡아 놓은 저녁 약속을 참석하며 식비가 급증했습니다. 또 하루 3잔 이상 마시던 커피를 끊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의지부족', '참을성 부족' 등으로 '무지출 챌린지'를 실패하게 됐습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실패한 도전이지만 지난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를 시도하며 알게 된 점이 있는데요.
취미·여가, 카페·간식 부분에서 순간적인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다면 아낄 수 있는 돈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의식적으로 소비 욕구를 참다보니 전월 대비 월 사용액을 17%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토스 어플 통계가 나타냈습니다.
다만 이번 '무지출 챌린지'를 진행한 기간 동안 점심, 저녁을 지출 없이 해결하려니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게 되는 점은 '무지출 챌린지'의 부정적인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무작정 지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어떤 목적으로 돈을 아끼려는지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는 '저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것이 더욱 슬기롭게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저지출 챌린지'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아예 무지출은 힘들어요...‘세미 무지출’ 도전기(Feat. 이조은 기자)=최근 매달 카드값 정산을 하면서 높아진 물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많이 나왔지? 하면서 카드 내역서를 보면 교통비, 식비 등 빠짐없이 제가 쓴 돈이라 놀라게 됩니다.
이대로는 정말 돈이 안 모이겠다 싶어 우선 일주일 동안 ‘세미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차마 점심 도시락까지 싸 들고 다닐 엄두가 나지는 않아서, 저녁 지출을 없애고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저녁에는 외식이나 배달보다는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집밥을 먹으면 밥과 함께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만 꺼내먹으면 되니 확실히 돈이 절약됐습니다. 할머니 댁에서 받아 온 반찬들까지 합치니 나름 풍성한 식단이 됐습니다.
가끔 치킨이나 떡볶이 등 속세의 음식들이 땡겼지만 배달비를 보면 시켜 먹고 싶은 마음이 차게 식었습니다. 고지방·고탄수화물 야식을 안 먹게 되니 속도 편하고 살찔 염려도 없어지는 순기능이 있었습니다.
또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교통비는 한달에 평균 10만원 이상 나가고 있었는데요. 친구가 ‘알뜰교통카드’를 추천해줬습니다. 검색하면 나온다고 해서 '알뜰교통카드'라고 검색했더니 처음에는 연회비를 1만원가량 내야 하는 신용카드가 나왔는데요.
알뜰교통카드 '체크카드'라고 검색하니 체크카드도 있었습니다. 이런 카드가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나 하며 얼른 신청했습니다. 이 카드만 써도 대중교통비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달에 1만원만 절약해도 1년이면 12만원이니 꽤 큰 돈 이었습니다.
유튜브 구독도 중단했습니다. 처음에 1개월만 무료로 써보자 한 게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데요. 매달 1만원 이상 나가던 구독료가 빠지니 동영상 볼 때는 조금 답답했지만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갖가지 노력을 하며 금요일까지는 잘 버텼는데요. 문제는 주말이었습니다. 미리 잡혀 있던 저녁 약속을 가니 또다시 과소비를 하게 됐습니다. 저녁만 먹은 것이 아니라 후식을 먹기 위해 카페도 가고, 기분이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사고 싶은 것들이 마구마구 눈에 띄었습니다. 결국 옷장에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핑계로 2만원짜리 옷 한 벌을 사게 됐습니다.
사실 두 벌을 사고 싶었지만 '무지출 챌린지'를 생각하며 한 벌만 샀습니다. 충동적으로 사긴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이었고, 가성비도 괜찮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출에 실패했다며 왠지 모를 죄책감에 빠지며 또다시 카드값을 걱정하는 자신을 보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세미 무지출 챌린지’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너무 절약만 해도 생활하면서 느낄만한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버리면 과소비가 되니 그 절충안을 찾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나름대로 ‘세미 무지출’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돈 안 쓰기 쉬울 줄 알았는데"...생일파티 탓에 대실패(Feat. 이준호 기자)=지난달 26일 후배들과 일주일간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까진 자신이 넘쳤는데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데다, 음식에도 큰 관심이 없고 커피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주요 지출인 식비와 커피값에서 자유로운 편이죠. 평소 제일 큰 지출은 취미 분야에서 하고 있는데요. 요즘 날씨 덕분에 취미생활도 못 즐기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유일한 걸림돌은 술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저녁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술만 좀 참으면 일주일 동안 돈 안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통비의 경우 평소 이동할 일이 많기 때문에 논외로 하기로 혼자만의 규칙을 정했습니다. 대신 택시는 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별다른 위기 없이 챌린지를 이어가던 지난달 28일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취재 일정 탓에 반포동에 방문했다가 점심약속을 위해 강남역 부근으로 이동을 해야 했는데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에 최고 기온이 35℃에 달해 정말 덥고 뜨거웠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다는 버스도 한참을 오지 않아 택시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전 3일차에 실패로 돌아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5분만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요. 다행히 버스가 도착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난히 도전을 이어가던 지난달 30일 생일 전날인데 한잔해야 되지 않겠냐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잠시 고민도 했는데요. 솔직히 생일을 그냥 넘길 순 없어서 친구들과 고깃집으로 향했습니다.
친구들 축하를 받으며 고기에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기분이 좋아 결국 1차를 계산했습니다. 총 금액 11만1000원이 나왔는데요. 며칠을 한푼도 쓰지 않기 위해 고생했는데 한순간에 10만원이 넘는 돈을 쓰게 된 거죠.
그런데 마음을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평소 그렇게 아껴 쓰는 성격도 아니고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지도 않는 편인데 무지출 챌린지 탓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거든요.
이후 2차로 친구 집으로 이동하며 택시비,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 값까지 계산해버리며 이날만 총 14만3천원을 지출, 무지출 챌린지에 장렬하게 실패해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번 도전으로 배운 점도 있었는데요. 평소 자주 타던 택시비만 아껴도 지출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과 돈을 아끼고 싶으면 술자리에 나가지 말자는 교훈이 남았습니다.
사실 '무지출'이라는 건 불가능 아닐까요? 무작정 돈 안 쓰고 버티기보단 생활 속에서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실천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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