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 제페토 월드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네이버제트 제페토 월드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가 그야말로 대표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그게 뭔데?'하던 사람들도 이젠 대충이나마 메타버스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갖는 분위기입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합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한 장면. [사진=구글 캡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한 장면. [사진=구글 캡처]

◇팬데믹이 앞당긴 메타버스 등장 시기(Feat. 이준호 기자)=처음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서였습니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을 피해 '오아시스(OASIS)'라는 가상현실에서 원하는 캐릭터로 생활하는 것을 낙으로 합니다.

당시 극장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을 처음 보고 영화 속 '오아시스'같은 가상현실이 생기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또 그때가 오면 난 뭘 해야 할지 등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여운도 오래갔고, 이후로도 수차례 다시 보기도 했지만 당시 제가 내린 결론은 "저런 세상은 금방 오지 않을 테고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엔 안 올지도 모른다"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메타버스가 급속도로 전파됐습니다.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개발·도입 사례가 이어지고, 직접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부터 산업·직군별 적용까지 다양한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이중 대표 사례로 주목받은 것이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입니다. 제페토는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가 3억명 이상입니다.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64억달러(한화 약 53조3136억원)에서 2025년에는 4764억달러(한화 547조3836억원), 2030년에는 1조7500억달러(한화 2001조원)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이처럼 제페토를 필두로 메타버스가 주목받자 구찌, 나이키, 스타벅스, 삼성전자, 배스킨라빈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제페토와 협업을 통해 제페토 내에 매장을 여는 등 주 사용층인 'Z세대'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울러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라는 신종 직업도 등장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툴을 활용해 아바타를 기획하고, 의상과 아이템을 제작 및 판매하는 직업입니다.

제페토 캐릭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본인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게 됐다 [사진=제페토 캡처]
제페토 캐릭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본인 이미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오른쪽 캐릭터를 고르게 됐다 [사진=제페토 캡처]

◇제페토, 게임인 듯 현실인 듯...Z세대 감성 충만(Feat. 이조은 기자)=최근 MZ세대에게 핫하다고 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네이버 제페토에 들어가 봤습니다. 스마트폰에 제페토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계정을 만들고 나면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쁘게 생긴 캐릭터들이 많았지만 가상 인간이라고 해도 실제 모습과 비슷한 캐릭터를 고르게 됐습니다. 털털하면서도 다소 개구진 이미지랄까요.

제페토에 처음 입장하면 웰컴 코인을 줍니다. 코인으로 각종 옷과 아이템을 쇼핑해서 사 입을 수 있는데요. 이것저것 갈아입어 보는데 마치 옷 입히기 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옷이 신상이고 예쁠수록 비싸기 때문에 현질을 유도한다는 점도 마치 게임 같습니다.

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젝시믹스, 설화수, 자라, 나이키 등 현실 세계에 있는 브랜드 옷들도 판매한다는 건데요. 코인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착장만 해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젝시믹스, 자라, 설화수 등 브랜드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젝시믹스, 자라, 설화수 등 브랜드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그래도 머리 색상이나 메이크업은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취향대로 옷을 고르고 나니 더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완성됐습니다. 왜 돈을 들여가며 캐릭터에 옷을 사주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입니다.

생각보다 불쾌한 골짜기도 별로 없었습니다. 움직임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또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생긴 캐릭터들에 정감이 갔습니다. 실제 메타버스 월드 안에 들어가서 말을 걸어보기 전까지는요.

드디어 월드에 입성해 보았는데요. 어떤 월드에 가게 될지 그냥 랜덤으로 떨어지는 것인지 물어볼 데가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어쨌든 월드 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한 명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어 보았는데요.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서였는지 “?” 한 마디만 남기고 무시하는 모습에 다시는 용기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연락처와 연동해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는데요. 가상 현실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현실의 관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아이러니하게 다가왔습니다.

월드를 떠돌다가 점괘를 봐주는 ‘라마’를 마주쳤습니다. 별 기대 없이 올해 운세를 물어봤는데, 공감되는 말들을 해줍니다. [사진=제페토 캡처]
월드를 떠돌다가 점괘를 봐주는 ‘라마’를 마주쳤습니다. 별 기대 없이 올해 운세를 물어봤는데, 공감되는 말들을 해줍니다. [사진=제페토 캡처]

월드를 떠돌다가 점괘를 봐주는 ‘라마’를 마주쳤습니다. 별 기대 없이 올해 운세를 물어봤는데, 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말만 해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건지, 제 반응에 따라 위로도 해주는 모습을 보고 새삼 인공지능(AI)이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월드에도 들어가 봤는데요. 실제 CU처럼 여러 물건들이 진열된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이것저것 집을 수도 있었는데 실제로 계산까지 할 수 있는 건가 여러번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습니다. 여기서 사서 쿠폰을 얻어서 실제 세계에서도 먹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학교 콘셉트 월드에 CU 편의점이 차려져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학교 콘셉트 월드에 CU 편의점이 차려져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다시 월드를 나왔는데요. 방금 월드에서 마주친 사람들 중에 팔로우 요청이 들어와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본인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하고, 현실에서처럼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하는 등 많이 것이 현실 세계와 닮아 있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제페토에서는 본인이 만든 캐릭터를 내세운다는 점이죠.

브랜드별 부스도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브랜드 부스에 들어가면 다양하게 인증샷이나 동영상을 찍어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이나 영상은 본인 핸드폰에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고 제페토 계정에 업로드할 수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부스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갤럭시 Z플립 3 여러 개를 마치 마술하듯이 조종하는 동영상이 연출됐습니다. CU 부스에서는 제 캐릭터가 행복한 모습으로 도시락을 먹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 CU 등 브랜드별 부스 등이 있다. 들어가서 여러 영상이나 사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 외에도 트와이스, 블랙핑크, TXT 등 아이돌 부스에서 춤 영상도 얻을 수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삼성, CU 등 브랜드별 부스 등이 있다. 들어가서 여러 영상이나 사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 외에도 트와이스, 블랙핑크, TXT 등 아이돌 부스에서 춤 영상도 얻을 수 있다. [사진=제페토 캡처]

이틀 동안 제페토를 이용해 본 솔직한 소감은 M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보다는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에 더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선 아이돌 관련한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TXT 등 부스에서 캐릭터가 아이돌 춤을 따라할 수 있는 영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틱톡 감성이 짙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월드를 많이 체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채팅창에서 오가는 말투만 봐도 어린 연령층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메타버스 자체는 엄청나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MZ세대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소통에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 기존에도 캐릭터나 방을 꾸밀 수 있는 게임이나 심즈같이 일상세계를 반영한 각종 게임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다만 차별점이 있다면 게임에서처럼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했다기보다 현실 세계의 것들을 많이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품이나 기업과 관련한 제품들을 캐릭터들이 직접 입어볼 수 있게 하고 체험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만한 통로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장은 아쉬움도 남지만 앞날 기대(Feat. 이준호 기자)=현재 자주 언급되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VR챗을 제외하곤 과거 싸이월드 아바타룸이나 여러 게임과 비교해 크게 발전된 가상세계로 보기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VR 기기 보급이 많이 되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평면 디스플레이로 즐겨야 한다는 점에서 싸이월드, 게임 등과 일맥상통하는 탓이겠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봤듯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진짜' 메타버스를 위해서는 VR 기기 발전과 보급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그래픽 수준, 더욱 방대한 규모의 월드가 도입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 같은 아쉬움 때문인지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최근 메타버스에서 성범죄와 인권유린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방지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흥미로우면서도 다소 아쉽지만 언젠간 VR 기기를 이용해 현실 같은 메타버스에서 또 다른 내가 되어 볼 날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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