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한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부산역 내 사람들이 분비는 모습 [사진=박대한 기자]

[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박대한 기자] 흔히 '7말 8초(7월 말~8월 초)'라고 부르는 휴가 성수기가 지났습니다. 다만 이달 말까지는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휴가 출발 예정 일자는 지난달 30일∼이달 5일이 17.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오는 20일 이후 15.4%, 지난달 23일∼29일 13.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휴가'하면 꼭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 주 'MZ세대가 간다'에서는 각자 이번 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과 함께...여행 가지 않고 휴가 즐기는 법(Feat. 박대한 기자)="휴가 언제신가요?"라는 물음 다음에 "어디로 가실 예정인가요?"라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어느 순간, '휴가=여행'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힌 것 같은데요.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까지를 '하계 휴가철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평균 이동 인원 대비 16.6% 증가한 하루 평균 445만명, 총 8892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짜릿함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설렘 등으로 여행은 휴가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는데요. 여행을 꼭 떠나야만 휴가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꼭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휴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동기들이 있는 부산을 향했습니다. 주말과 휴일을 낀 2박 3일 일정이었는데요.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고 친구 자취방에서 기생(?)했습니다. 친구 자취방에서 시작된 휴가는 여행과 달리 여유로웠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차선책으로 '호캉스'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호캉스'를 막상 가보면 룸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침대와 이불, 베개 등 잠자리가 나와 맞지 않아 불편했다는 얘기가 나오곤 하는데요.

마약옥수수튀김, 삼겹숙주, 모둠 사시미 등 휴가 동안 챙겨 먹은 안주들 [사진=박대한 기자]
마약옥수수튀김, 삼겹숙주, 모둠 사시미 등 휴가 동안 챙겨 먹은 안주들 [사진=박대한 기자]

느즈막이 도착한 친구 자취방은 근황을 나눌 친구가 있었고, 치킨과 맥주가 함께 한다면 새벽을 지새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술기운에 잠자리 신경도 안 쓰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 퇴실 시간이 정해진 숙소와 달리, 나를 두고 일하러 가는 친구 덕에 해가 중천에 뜨도록 대(大)자로 누워 있을 수 있었습니다.

무작정 내려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친구와 저녁 약속도 잡았는데요. 마약옥수수튀김, 삼겹숙주, 딱새우, 모둠 사시미까지 훌륭한 안주와 각종 주류를 곁들이며 그동안 밀린 대화를 나눴습니다.

스크린 야구와 '폴 가이즈' 등을 지인과 함께 했다. [사진=박대한 기자]
스크린 야구와 '폴 가이즈' 등을 지인과 함께 했다. [사진=박대한 기자]

기승전'술(酒)'로 휴가가 마무리된 것만은 아닌데요. 스크린야구와 PC방 등을 방문해 게임비 내기를 하며 소리치고, 부둥켜안고, 하이파이브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휴가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부산행을 휴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친구들 얼굴 보러 간다는 의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는데요. 돌아온 시점에서 당시를 회상한다면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이곳저곳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힘을 북돋아주고 다시 만날 순간을 기약하게 만든 여름휴가였습니다.

남들이 좋다던 여행지, 휴양지를 찾기보다 누구랑 함께하면 즐거울지 고민하고,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색다른 휴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위협적인 가운데 북적거리는 인파 속을 따라가는 휴가보다, 내가 편하고 즐거운 휴가를 보낼 때 한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양평 가는 길 [사진=이조은 기자]
양평 가는 길 [사진=이조은 기자]

◇해외 안 가도 괜찮아요...2박 3일 양평 나들이(Feat. 이조은 기자)=여름 휴가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비행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휴가 기간을 길게 내기도 어려워 최근 부모님과 주말을 끼고 2박 3일로 양평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니만큼 본래 성격과 다르게 A부터 Z까지 계획을 다 짰습니다. 더운 여름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숙소 근처 맛집, 카페, 구경거리 등을 1순위부터 3순위까지 후보지까지 정해 인쇄해 갔습니다.

얼마 전 운전면허를 땄기 때문에 양평으로 가는 길에 제가 운전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미 운전 연습을 도와주시면서 제 실력을 파악하신 아버지는 황천길 갈 일이 있냐며 한사코 본인이 운전대를 잡으셨습니다. 어쨌든 부모님은 오랜만에 바쁜 딸을 앉혀 놓고 마음껏 잔소리를 할 생각에 신이 나신 모습이었습니다.

첫날은 스캉스(스파+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펜션을 갔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소박하게 운영하시는 펜션이었는데 후기에서 봤듯이 깔끔하고 방이 꽤 넓었습니다. 방 2개, 화장실 2개에 스파 시설, 베란다에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돼 있어 가성비가 괜찮았습니다.

동남아 음식 맛집에 들렀다 [사진=이조은 기자]
동남아 음식 맛집에 들렀다 [사진=이조은 기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근처 마트에 가서 바비큐 거리를 샀습니다. 소고기 특수부위 위주로 골랐더니 가볍게 10만원을 넘었습니다. 도시를 떠나 유유자적하게 산을 바라보며 숯불에 고기를 해 먹으니 나름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한 점 두 점 집어 먹다 보니 10만원 어치 소고기가 입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졌습니다. 또 저녁엔 프라이빗한 방 안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점심엔 숙소 근처에 미리 알아본 맛집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근처 펜션에서 묵은 사람들이 다 여기만 왔는지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는데요. 베트남, 태국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마치 동남아에 온 것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째날은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겼습니다. 아기자기했던 펜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뽀송뽀송하고 쾌적한 침구에 몸을 맡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습니다. 사우나도 즐기고 또 근처 맛집에서 저녁도 먹으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유유자적하게 강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조은 기자]
유유자적하게 강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조은 기자]

마지막날 올라오는 길에도 맛있는 아점을 먹고, 바로 떠나기 아쉬워 근처에 있는 예쁜 개인 카페를 들렀는데요. 정말 유유자적한 카페였습니다. 푸르게 펼쳐진 강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물멍을 때리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2박 3일 동안 정말 먹고, 쉬고, 자고를 반복했는데요. 너무 좋았습니다. 특별히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또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제 안의 힐링 포션이 듬뿍 채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12일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했다. [사진=이준호 기자]
지난 12일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했다. [사진=이준호 기자]

◇"무계획이 계획"...간절했던 재충전 시간(Feat. 이준호 기자)=지난주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를 맞았습니다.

평소 휴가에는 친구들과 일정을 맞춰 여행을 가거나 낚시를 가곤 했는데요. 올해는 정말 '휴식'에만 초점을 맞춰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휴가'의 사전적 의미가 '직장·학교·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이라는 걸 생각하면 진정한 의미의 휴가는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더위에 약한 체질이라 최근 정말 지쳐있어 휴식이 간절했거든요.

그렇게 광복절 연휴까지 합쳐 7일간의 휴식을 갖게 됐는데요. 정말 '무계획' 그 자체였습니다.

먼저, 첫날은 거의 종일을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맥주도 한잔하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게임 타이틀도 결제해서 플레이하고요. 주말에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항상 부족한게 휴식이죠.

이후엔 그동안 귀찮아서 미뤘던 쇼핑도 하고 동네 산책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부모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오랜만에 좋은 곳에 가서 함께 식사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친구들과 친구 집에 모여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이준호 기자]
친구들과 친구 집에 모여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이준호 기자]

이 외에는 평소처럼 친구 집에 친구들과 모여 술도 한잔하고 게임으로 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쓸데없는 얘기하며 보내는 시간이 스트레스 해소엔 최고죠.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재충전의 시간을 마치고 이번 주 업무에 복귀했는데요. 확실히 휴가 전보다 많이 충전된 느낌입니다. 업무 효율도 높아진 것 같고요.

사실 휴가 전까지만 해도 '정말 이렇게 무계획으로 쉬기만 해도 되나?', '7일이면 어디로 여행을 가든 갈 수 있는데 그냥 쉬는 건 너무 아까운 거 아닌가?'하는 걱정도 있었는데요. 막상 7일간 쉬고 나니 정말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휴가 전이고 특별한 계획 없으시다면 그냥 한번 쉬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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