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 IC 인근 상·하행선에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 IC 인근 상·하행선에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아시아에이=이준호·박대한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음력 팔월 보름, 추석 명절 연휴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항상 추석하면 각종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한편으론 지긋지긋한 귀성·귀경길 교통체증, 오랜만에 뵌 친척 어른들의 잔소리, 끝이 없는 차례상 준비 등 별로 좋지 않은 기억도 많이 납니다.

그래도 이번 추석은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명절로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요. 실제로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면서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가 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고, 기차와 고속버스 표 역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명절을 보내는 모습도 다양해진 만큼 이번주 'MZ세대가 간다'에선 이번 추석 명절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 연휴에 먹은 송편 [사진=이준호 기자]
이번 추석 명절 연휴에 먹은 송편 [사진=이준호 기자]

◇할머니가 안 계신 첫 추석...부모님과 따듯한 시간(Feat. 이준호 기자)=어린 시절 추석이면 항상 아버지 고향인 충청북도 영동에 계시는 할머니 댁에 가곤 했습니다.

당시 추석에 대한 기억은 전 부치는 냄새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빚던 송편, 차례상과 성묘 등입니다. 서울에서 자랐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탓에 시골에 위치한 할머니 댁을 갈 때면 항상 설렜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서울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특별히 영동에 갈 일이 없어진 탓입니다.

할머니 생각도 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고속도로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똑같이 서울에서 보냈던 지난 설 명절에는 친구들과 많이 만났었는데요. 이번 추석 명절엔 딱히 시간이 맞지 않아 온전히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이번 추석 명절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9일, 새벽이 눈이 떠져 오랜만에 낚시대를 챙겨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4일 연휴니 지방으로 출조를 가도 좋겠지만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차량 정체도 걱정됐기 때문에 아침 식사시간 전까지만 가까운 한강에서 낚시를 즐겨보자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추석 명절 연휴 첫 날인 지난 9일 한강에서 잡은 배스. [사진=이준호 기자]
이번 추석 명절 연휴 첫 날인 지난 9일 한강에서 잡은 배스. [사진=이준호 기자]

낚시를 시작한 지 한 시간가량 지난 오전 7시께 고마운 손맛을 보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엔 부모님과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간단히 세 식구가 먹을 전과 송편, 잡채 등 명절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차례를 지내지 않더라도 명절 음식이 빠지면 아쉽겠죠? 예전에는 많은 친척들과 손님들이 먹을 양까지 준비해야 하다 보니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였는데 세 식구가 먹을 양만 준비하다보니 생각보다 간단히 끝나서 기분이 묘하기도 했어요.

이외에는 연휴 마지막 날까지 아버지와 먹고 마시고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소 아버지와 달리 과묵한 편이라 집에서 대화가 많지는 않았는데 이번 명절에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난 12일 부모님과 드라이브 겸 피크닉을 떠났다. [사진=이준호 기자]
지난 12일 부모님과 드라이브 겸 피크닉을 떠났다. [사진=이준호 기자]

또 연휴 마지막 날에는 다 함께 어린 시절 자주 놀러갔던 송추, 양주, 벽제로 드라이브 겸 피크닉도 다녀왔는데요. 마지막 날인지 걱정했던 정체도 없었고, 20년 만에 부모님과 함께 찾은 장소에서 추억도 되살리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추석 이전에는 할머니를 뵈러 가지 않는 명절이라는 게 뭔가 허전하면서도 '그냥 쉬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막상 부모님과 4일 연휴를 함께 보내고 나니 '이제 이게 앞으로 우리 가족의 명절 모습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명절에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족 아닐까요? 내년 설 명절에도 부모님과 따뜻한 시간 보낼 수 있길 바라봅니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
[사진=구글 지도 캡처]

◇꽉 막힌 도로 끝에서 찾은 행복(Feat. 박대한 기자)=이번 추석은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었습니다. 귀성객과 귀경객이 얽히며 '민족 대이동'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다만, 문제는 제가 살고있는 곳은 서울이고 조부모님이 계신 곳은 부산이라는 점입니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거리에 차 타고 가도 최소 3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여기에 명절까지 낀다면 꽉 막힌 도로는 안 봐도 뻔했습니다.

속도가 생명인 명절 기차·버스 예매는 진작에 포기했고 그나마 도로가 덜 막힐 시간대를 노려봤습니다.

지난 9일 새벽 4시에 준비한 짐을 차량에 싣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도로 위는 만석이었습니다. 차량은 바위틈 사이에 박힌 돌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 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요. 안전 운전하며 휴게소 라면도 먹으니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다만 346km 정도를 달렸는데 시간은 6시간 59분이 걸렸습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사진=박대한 기자]

친가는 최근 법당에 차례를 맡겼는데요. 부산까지 고생해서 오는데, 제사상 준비한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종교에 관한 신념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사찰을 가는 행위가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목탁 소리, 향 냄새, 푸른 잔디를 보니 알 수 없는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가사노동은 분담하더라도 매번 전 부치느라, 설거지하느라 힘든 건 마찬가진데요. 법당에 차례를 맡기니 고생이 덜어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사진=박대한 기자]

친가 차례를 마치고 외가로 넘어갔습니다. 저녁에 친척이 모여 파티를 열기 때문입니다. 캠핑을 좋아하는 외삼촌 덕분에 옥상에 작은 캠핑장이 갖춰졌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마주하니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막창, 곱창, 삼겹살, 치킨 등 차례상에서 보기 힘든 음식을 진열하고 버너를 이용해 조개구이도 먹었습니다. 주택가 옥상인 만큼 민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용하게 얘기를 나누며 오랜 회포를 풀었습니다.

[사진=박대한 기자]
[사진=박대한 기자]

올해 추석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는데요. 분명 명절이 마냥 좋다고 할 순 없습니다. 먼 귀향길을 가야 하는 번거로움, 각종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그러나 꽉 막힌 도로도 조금씩 앞으로 가다 보면 뻥 뚫린 길을 마주할 수 있듯이, 가족도 시간을 갖고 조금씩 다가가면 행복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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