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대왕상 [사진=이조은 기자]
광화문 세종대왕상 [사진=이조은 기자]

[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박대한 기자] 매년 10월 9일은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은 1990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지속 전개된 끝에 2013년 법정 공휴일이 됐습니다.

올해는 한글날이 일요일이라 10월 10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총 2박 3일간 짧은 연휴 기간이 주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한글날이 있게 해준 ‘한글’에 대한 고마움도 빠질 수 없겠죠.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을 알고 있는 문자이며, 글자를 만든 과학적인 원리까지도 알 수 있는 문자입니다.

MZ 기자들은 매일같이 이렇게 귀한 한글을 쓰고 다루면서도 평소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공감했는데요. 이번 주 ‘MZ세대가 간다’에서는 한글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훈민정음해례본 활용 작품. [사진=이준호 기자]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훈민정음해례본 활용 작품. [사진=이준호 기자]

◇처음 가본 국립한글박물관..."이 전시가 '무료'라고요?"(Feat. 이준호 기자)=비록 한글날은 지났지만 늦게라도 한글의 소중함을 느껴보기 위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이 첫 방문이었는데요. 평일 오후 1시께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 외국인 관람객,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 등으로 상당히 북적였습니다. 아무래도 한글날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이 몰린 것 같았어요.

사실 평소 사람 많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불편한 마음도 들었는데요.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시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왠지 흐뭇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전시물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고 선생님,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으며 박물관을 즐기고 있었는데요.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글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 안내 [사진=이준호 기자]
국립한글박물관 안내 [사진=이준호 기자]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14년 10월 9일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전시관 외에도 한글도서관과 휴게 공간, 용산가족공원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인데요. 실제로 박물관 외에도 외부가 상당히 잘 꾸며져 있어서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관람료가 '무료'라는 점인데요. 솔직히 전시관에 입장하기 전까지는 '공짜니까 딱 그 정도 수준이겠지'라는 생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죠.

한글 창제 배경과 원리를 설명하는 훈민정음해례본 [사진=이준호 기자]
한글 창제 배경과 원리를 설명하는 훈민정음해례본 [사진=이준호 기자]

2층에 위치한 상설전시실에선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쉽게 익혀 △사람마다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등 훈민정음 머리말 문장에 따라 7개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상설전시실 들어서면 훈민정음해례본을 활용한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뒤에선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데요.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또 전시실엔 한글 창제 배경과 원리를 설명한 훈민정음해례본이 전시돼 있는데요. 비록 원본은 아니지만 훈민정음 창제 당시 세종대왕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연구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당시 이런 문자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고 그 애민정신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조가 큰외숙모에게 한글로 쓴 편지 [사진=이준호 기자]
정조가 큰외숙모에게 한글로 쓴 편지 [사진=이준호 기자]

이외에도 이곳에선 정말 많은 한글 편지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왕이 보낸 편지부터 양반이 노비에게 경고하는 편지까지 신분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글을 널리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흥미로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죠.

또 관람료 외에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인상적인 점이 있었는데요.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한 전시나 스토리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한글' 자체에 집중해 다양한 전시와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한글로 쓴 책(왼쪽)과 음식 조리법을 한글로 쓴 책. [사진=이준호 기자]
임신과 출산에 대해 한글로 쓴 책(왼쪽)과 음식 조리법을 한글로 쓴 책. [사진=이준호 기자]

예를 들어 한글문학, 근현대에 들어 한글이 공문서에 사용되기 시작된 사례, 임신·출산·요리법 등 각종 정보를 한글로 기록한 서적, 일제강점기 당시 한글과 조선어학회의 노력 등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글' 하면 세종대왕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현재 한글이 있기까지 있었던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무튼 첫 방문이었지만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는데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방문해서 이번엔 좀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관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 국립한글박물관 방문 어떠신가요?

세종대왕상 뒤편으로 들어가면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이 나온다. [사진=이조은 기자]
세종대왕상 뒤편으로 들어가면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이 나온다. [사진=이조은 기자]

◇세종대왕상 아래에 이런 곳이?...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 가보니(Feat. 이조은 기자)=한글날을 기념하며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이 담긴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쾌청한 가을 날씨가 느껴지는 광화문 광장. 외국인 관광객들이 세종대왕상 앞에 줄을 서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세종대왕상 앞면을 지나 뒤편으로 가면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 입구가 나옵니다. 바로 지하 전시관으로 이어지는데 공간 활용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계기가 나와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계기가 나와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12일 오전 10시께 찾은 전시관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인물 중심의 서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우선 전시관 입구쪽에는 세종대왕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인 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소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나의 백성은 손이 있어도 글을 쓰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글을 읽지 못한다. 어리석은 백성들을 위해 조선엔 우리의 말에 맞는 새로운 문자가 필요하다.”

벽면에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를 결심한 계기가 적혀 있습니다. 이어 신하들의 반대에도 한글 창제를 완성한 과정이 미니어처들과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가 적혀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한글의 창제 원리가 적혀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미디어 스크린에서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삼강행실도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의 일부 대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안내데스크에서 인쇄한 내용을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한글 창제의 원리도 알기 쉽게 전시돼 있습니다. 교육 자료가 많아 확실히 학생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외국인도 알아볼 수 있게 영어로도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세종대왕 프로필 [사진=이조은 기자]
세종대왕 프로필 [사진=이조은 기자]

이외에도 세종대왕의 본명 ‘이도’가 담긴 프로필에는 세종대왕의 가족관계, 취미, 성격, 특기까지 각종 TMI가 남겨 있습니다. 특이 사항에는 ‘높은 학구열, 빠르고도 영민한 판단력’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또 전시관을 두루 둘러보면서 한글 창제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이 남긴 각종 어록, 복지정책, 음악과 군사에 이르는 다양한 업적까지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치원생들이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을 구경 중이다. [사진=이조은 기자]
유치원생들이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을 구경 중이다. [사진=이조은 기자]

한창 관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어린아이들이 단체로 견학을 왔습니다.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한지에 한글로 이름을 써보는 등 알차게 체험활동까지 하고 가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이 미래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귀한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은 올 8월 초 광화문 광장이 재개장하면서 국민에게 새롭게 선보인 공간입니다. 새로 지어진 만큼 각종 미디어 전시를 함께 볼 수 있고 다양한 포토존과 체험공간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KT 광화문 지사, 세종문화회관 등과도 연결돼 교통도 편리합니다.

세종충무공 이야기 전시관은 무료 관람인데도 꽤 볼거리도 배울 거리도 많았습니다. 광화문광장 개장 첫 주말이던 지난 6~7일 관람객 2만명이 방문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 세금이 이렇게 좋은 곳에 쓰이고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1973년 개관한 세종대왕기념관은 오래된 세월만큼, 입구 현판이 녹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1973년 개관한 세종대왕기념관은 오래된 세월만큼, 입구 현판이 녹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을 기억하며"...'세종대왕기념관' 방문기(feat. 박대한 기자)=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기념사 시작은 세종대왕 말을 인용하며 우리글인 한글을 널리 펴신 지 576돌이 되는 날임을 전했습니다.

한글이 위대한 사실은 몇번을 알려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위대한 기록물은 기록되고 보존해 후대가 알 수 있게끔 남겨야 합니다.

반 세기 가까이 국가지정문화재와 서울미래유산을 지키고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세종대왕기념관'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은 49년전 한글날에 개관했습니다. 입구는 우리나라 옛 건축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요. 현판에 세월의 녹이 그대로 묻어 있었습니다.

이날 기념관을 방문한 시민 김진희(가명)씨는 "근처에 살아서 기념관이 있는 줄을 알고 있었지만,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집 근처에 박물관, 기념관 등이 있어도 찾는 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세종대왕기념관은 원칙적으로 실내 촬영을 할 수 없다. [사진=박대한 기자]
세종대왕기념관은 원칙적으로 실내 촬영을 할 수 없다. [사진=박대한 기자]

세종대왕기념관은 실외에 세종대왕 동상을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재인 청계천 수표(보물 제838호), 세종성왕기념탑, 한글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실내 전시실은 △일대기실 △한글실 △과학실 △특별전시실로 구분돼 있는데요. 일대기실에서는 세종대왕 어진과 한글날을 기념해 진행된 글꼴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한글실, 과학실, 특별전시실은 각종 유산과 국가지정문화재 외에도 '제18회 한글문화상품아이디어공모전' 수상 작품들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기념관 곳곳에 문화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기념관 곳곳에 문화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이번 세종대왕기념관 방문은 매일 사용하는 한글과 이를 창제한 세종대왕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다만 관람을 마치고 나니 시설이 다소 낙후돼 있는게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내외 전시실 모두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는데요.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표한 국립한글박물관 연간 관람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관람객은 5년전보다 81.5% 줄어든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에 따라 박물관·기념관 등이 방문 수익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홍식 세종대왕기념관 대표는 "지난 2018년 부터 현재까지 20여억원 넘게 사재를 투입해서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구절처럼 우리 역사의 소중한 한페이지를 간직할 수 있는 박물관, 기념관은 보존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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