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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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이=이준호 기자] 한국 라면의 자존심, 농심 신라면이 올해로 32년째 국내 라면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1991년에 처음 라면시장 1위에 올랐다. 이후 올해까지 32년간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우리나라 대표 라면으로 자리매김했다.

32년간 선두 자리를 지켜온 신라면은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중 처음으로 누적 매출 10조원을 넘어선 신라면은 지난해 누적 매출액 15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세계 최대 라면시장인 중국 연간 라면시장규모(약 10조원)보다도 크다. 다른 식품 브랜드가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이라는 평가다.

지난해는 출시 35주년 만에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서면서 해외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는 라면이 됐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신라면은 이제 세계인이 사랑하는 매운맛이 돼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1986년 출시 초기 신라면 모습 [사진=농심]
1986년 출시 초기 신라면 모습 [사진=농심]

◇매운맛 라면 시초 '신라면'=신라면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구현해 라면시장에서 '매운 라면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신라면 출시 이전 라면시장은 순하고 구수한 국물 제품 위주였다. 농심은 맵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 식습관에 착안해 얼큰한 소고기장국을 모티브로,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 개발에 나섰다.

농심 연구진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했고, 국밥 등 국물요리에 주로 넣어 먹는 다진 양념 조리법을 적용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국물 맛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1982년 농심이 '라면 맛은 국물 맛'이라는 철학을 내걸고 만든 안성스프전문공장 기술력도 큰 역할을 했다. 농심은 스프제조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안성스프공장을 설립한 이래로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등 히트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라면 맛과 품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신라면은 기존 라면에 비해 면 식감도 더 나아졌다. 애초에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농심 연구진 목표였고, 이를 위해 농심은 200개가 넘는 면발을 개발하고 테스트한 끝에 신라면에 적합한 면발을 완성해냈다.

◇대한민국 라면 1등 브랜드 역사: 삼양라면 → 안성탕면 → 신라면=대한민국 라면 역사에서 전체 시장점유율 1등 영광을 누려본 브랜드는 몇개일까? 반세기가 넘는 동안 수많은 라면이 쏟아져 나왔지만 단 3개의 라면만이 정상을 밟아 봤다. 삼양라면과 안성탕면, 그리고 신라면이 그 주인공이다.

첫 번째 일등 브랜드는 1963년 국내 첫 출시된 삼양라면이다. 삼양라면은 국내 라면 역사가 시작된 이후 안성탕면이 가세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1위를 차지했다.

1983년 출시된 안성탕면은 발매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출시 4년 만인 1987년에 삼양라면을 처음으로 제치고 시장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1990년대 들어서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됐다. 당시 언론보도(1990년 8월)에선 "농심은 안성탕면,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너구리, 짜파게티로 불리는 다섯 마리 용을 타고 시장 1위를 확고히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0년 당시 안성탕면은 15.5%의 점유율로 1위를 달렸으며, 신라면 14.0%, 육개장사발면 6.9%, 너구리 5.8%, 짜파게티 4.9%가 그 뒤를 이었다.

이후 안성탕면은 1991년 들어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 신라면(1986년 출시)에게 1위 바통을 넘겨줬다. 이때부터 신라면은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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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블랙에서 신라면볶음면까지...트렌드 주도하는 신브랜드=신라면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변위불변(變爲不變)'이라는 단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변하지 않기 위해 변한다는 뜻이다.

최근 소비자 입맛과 시장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라면이 1986년 출시 당시 신라면에 멈춰 있었다면, 30여년간 꾸준한 사랑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농심은 지난 2014년 신라면에 새로운 옷을 입혔다. 글로벌 브랜드 디자인 트렌드에 발맞춰 더욱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게 패키지 디자인을 바꿨다. 맛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신라면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왔다. 농심은 지난 2011년 면과 스프 품질을 강화한 '신라면블랙'을 출시했다. 신라면블랙은 높아진 소비자 입맛에 부합해 호응을 얻으면서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 시대'를 열었다.

라면 고급화 트렌드는 이후 중화풍 라면 등 프리미엄 라면 개발로 이어지면서 라면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신라면블랙은 라면 품질과 소비자 입맛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2019년에는 세 번째 신라면 브랜드인 '신라면건면'을 선보였다. 신라면건면은 신라면 고유의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맛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칼로리는 낮추고 품질은 높였다.

신라면건면은 건면시장 저변을 넓힌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라면건면은 소비자들에게 건면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 건면시장을 이끄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 농심은 신라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신라면볶음면'을 선보였다. 국내외에서 국물 없는 라면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신라면을 볶음면으로 새롭게 만들어낸다면 시장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신라면볶음면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신라면 고유의 '맛있는 매운맛'을 볶음면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특히, 파와 고추 등으로 만든 조미유를 추가해 볶음면 특유의 매콤한 감칠맛을 한층 살렸다. 봉지면 2분, 큰사발면 3분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대폭 줄어든 조리시간과 '辛' 글자가 새겨진 빨간 어묵으로 보는 재미까지 더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브랜드는 늘 라면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왔다"며 "신라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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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세계 100여개국 수출=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라면으로 자리매김한 신라면은 이제 세계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식품한류 신화를 쓰고 있다. 어느덧 사나이 울리는 라면에서 세계를 울리는 글로벌 식품으로 성장한 것이다.

신라면은 가깝게는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활약이 눈에 띈다. 2017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킨 농심은 코스트코(Costco), 크로거(Kroger)를 비롯한 미국 메이저 유통사에 신라면 전점 입점을 목표로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주류시장 매출이 아시안 마켓 매출을 6:4 비율로 제쳤다. 신라면은 이제 한인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대표 한류 식품이 됐다.

중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 빨간색 포장과 매울 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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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더 찾는 '辛라면', 한국라면 '新세계' 열었다=농심 신라면이 출시 35주년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라면의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서면서 해외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는 라면이 됐기 때문이다.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총 6900억원으로 이중 해외(3700억원)가 53.6%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30년 넘게 1등 브랜드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결과다.

지난해 신라면 해외매출액은 5000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은 국내를 포함해 총 9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 매출 1조원의 신기원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신라면이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주효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무대로 나섰다. 앞서 1971년부터 미국 LA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 발을 넓혀오던 농심은 신라면 맛을 그대로 들고 나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세계인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은 신라면="귀찮을 때 간편하게 식사를 하고 싶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먹나요? 나는 라면을 먹어요. 5분이면 완성되고 언제나 만족스럽거든요."

한 외국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이처럼 간편하고 맛있는 신라면의 매력에 눈 뜨는 해외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더해오던 신라면이 간식에서 한 끼 식사로 새롭게 인식되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신라면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신라면을 먹어봤다는 것을 넘어 계란이나 만두 등 각자 취향대로 재료를 더해 먹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라면을 보다 풍성하게 즐기는 '모디슈머(Modify + Consumer)' 열풍이 세계로 번져 나간 것이다. 해외생활이나 여행 중 그리운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던 신라면이 이제는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즐거운 식사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외식보다는 내식을 선호하는 '홈쿡' 트렌드가 신라면이 세계인 한 끼 식사로 거듭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가정에서 손쉽고 맛있게 식사를 해결하기 원하는 해외 소비자들의 니즈가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 특유의 간편함과 일본, 중국 등 타 국가 라면과는 차별화된 신라면 맛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농심 미국 제2공장 전경 [사진=농심]
농심 미국 제2공장 전경 [사진=농심]

◇한국 라면 자존심 신라면, 美서 일본 꺾고 1위 오른다=농심은 지난 4월부터 미국 제2공장 가동을 본격 시작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한 제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농심은 미국에서 총 8억5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하게 됐다.

농심은 제2공장을 기반으로 오는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8억달러의 매출을 이룬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3억9500만달러 대비 2배가량 높은 수치다. 또한 미국 라면시장에서 수년 내 일본을 꺾고 1위로 우뚝 선다는 각오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23.3%로 일본 토요스이산(49.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인 일본 닛신은 17.9%로 농심과 5%p 이상 점유율 차이를 두고 뒤쳐져 있다. 주목할 것은 농심 상승세다. 농심은 지난 2017년 일본 닛신을 꺾은 데 이어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며 3위와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제2공장 가동으로 공급에 탄력을 얻는다면 수년 내 1위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활약의 일등공신은 단연 '신라면'이다. 특히,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블랙 활약이 돋보였다. 신라면블랙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3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더했고, 신라면블랙을 맛본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면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6배가량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찾는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브랜드 파워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비건 신라면'을 출시해 비건 소비자들도 신라면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농심 비건 라면 매출은 지난해 33% 성장한 126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LA 뮤직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신라면 샘플링 행사 모습 [사진=농심]
2019년 LA 뮤직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신라면 샘플링 행사 모습 [사진=농심]

◇전 세계 6개 생산기지 갖추고 해외시장 공략=미국 제2공장은 농심의 여섯 번째 해외 공장이다.

농심은 지난 1996년 중국 상해에 첫 해외공장을 세운 이래로 1998년 중국 청도공장, 2000년 심양공장에 이어 2005년 미국 LA공장을 설립했다. 또한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연변에 백산수 신공장을 세우는 등 미국과 중국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해외시장 공략에 힘써왔다.

더불어 2002년 농심재팬과 2014년 농심호주, 2018년 농심베트남, 2020년 농심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현지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농심은 이번 미국 제2공장 가동을 발판 삼아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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