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효과 종료로 NIM 정점 이후 하락 국면 진입
저축은행·카카오뱅크의 성장으로 예금·대출 시장 경쟁 가열
예대율·DSR 규제 강화로 대출 중심 모델의 한계 드러나
이자장사 의존 구조 탈피 없이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비이자이익 확대·플랫폼 전환이 은행 생존의 핵심 과제로 부상

[아시아에이=송기철 기자] 한국 은행권을 지탱해온 이자 장사 중심의 수익 구조가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금리 상승이 만들어낸 단기적 호황이 끝나가면서, 예대마진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국내 은행의 체질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년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순이자마진(NIM)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그 호황은 금리 환경이라는 외부 요인에 기반을 둔 일시적 결과였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NIM이 하락 전환한 지금부터는 ‘쉽게 벌었다면 이제부터는 어렵게 벌어야 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은행은 금리가 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익이 확대되는 구조를 누려왔다. 대출 금리는 빠르게 인상되지만 예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르는 ‘예대금리 상하차’ 구조가 고착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2021~2026년까지 국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2023년을 정점으로 금리 효과가 약화되면서 NIM이 구조적 하락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예금 금리 상승과 대출 수요 둔화가 동시에 작용해 ‘예대마진 시대’가 이미 끝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정리=아시아에이
2021~2026년까지 국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2023년을 정점으로 금리 효과가 약화되면서 NIM이 구조적 하락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예금 금리 상승과 대출 수요 둔화가 동시에 작용해 ‘예대마진 시대’가 이미 끝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정리=아시아에이

그러나 최근에는 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이익 구조를 잠식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플랫폼 확산과 시장 경쟁 심화는 예금 고객의 이동을 쉬워지게 만들었고, 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해 더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금리 격차로 얻던 이익은 줄어들고, 수익성의 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

국내 은행의 취약성은 또 다른 차원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 미국 은행의 WM·자산관리·수수료 기반 수익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과 달리, 한국 은행은 여전히 이자이익이 전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금리 사이클 변화에 실적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실적 방어력이 부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자 장사라는 단일 축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은 고금리 환경이 꺼져가는 지금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2026년을 기준으로 시중은행·저축은행·카카오뱅크의 경쟁 구도 변화를 나타낸다. 예금 금리 경쟁이 심화되고 디지털 은행의 고객 확장세가 두드러지며, 전통은행의 비용 구조가 악화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이자이익 비중에서 카카오뱅크가 선도하며 전통은행의 수익 다변화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아시아에이
2026년을 기준으로 시중은행·저축은행·카카오뱅크의 경쟁 구도 변화를 나타낸다. 예금 금리 경쟁이 심화되고 디지털 은행의 고객 확장세가 두드러지며, 전통은행의 비용 구조가 악화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이자이익 비중에서 카카오뱅크가 선도하며 전통은행의 수익 다변화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아시아에이

한편 저축은행·카카오뱅크·핀테크 기업의 약진은 기존 은행이 독점했던 예대마진 기반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저축은행은 높은 금리 대출이라는 특수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카카오뱅크는 낮은 운영비용과 모바일 기반의 편리함을 무기로 예금 시장에서 젊은 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UX 혁신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며 새로운 금융 소비 패턴을 만들어냈고,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예·적금을 무기로 자금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은행의 경쟁자는 은행끼리가 아니라 은행 밖에서 등장한 플레이어들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 변화는 예대마진 축소를 가속한다. 고객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로 이동하고, 대출 고객은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더 빠르고 간결한 절차를 선택한다. 은행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리고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자연스러운 NIM 확장이 어렵다면, 결국 은행의 실적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더 큰 변동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9월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1.46%포인트(p)로 전달 1.48%p 대비 0.02%p 축소됐다.이는 지난 6~8월 석 달 연속 벌어지다 4개월 만에 축소 전환됐다. 사진=뉴스1
9월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1.46%포인트(p)로 전달 1.48%p 대비 0.02%p 축소됐다.이는 지난 6~8월 석 달 연속 벌어지다 4개월 만에 축소 전환됐다. 사진=뉴스1

예대율 규제 역시 예대마진 중심의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통제하기 위해 은행의 대출 편중을 강하게 규제해 왔다. 예대율 상향 제한, 총량 규제, DSR 강화 등 일련의 정책들은 대출 기반 성장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이 제한되고, 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출 구조가 변화하고, 기존 예대마진 중심 모델은 점차 그 영향력을 잃어간다.

이처럼 시장·규제·기술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한국 은행이 오래 유지해 온 ‘손쉬운 수익 모델’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이익이 자동으로 늘고, 예금 고객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가 무너진 지금, 은행은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성장할 수 없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비금융 플랫폼 기업이 시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은행은 단순한 금리 차익 산업이 아닌 경쟁 산업의 한 축이 된다.

지난 9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두 달 연속 보합세를 보인 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편, 저축성수신(예금)금리는 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진-뉴스1
지난 9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두 달 연속 보합세를 보인 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편, 저축성수신(예금)금리는 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사진-뉴스1

앞으로 은행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먼저, 비이자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 자산관리, 연금, 기업금융, 글로벌 투자 등 다양한 수익원이 마련되어야 금리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다. 다음으로, 디지털 전환을 넘어 ‘디지털 기반 사업모델’로의 진화가 요구된다.

단순히 앱을 고도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플랫폼 경쟁을 수행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금리·부동산·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금리 상승이 모든 리스크를 덮어줬지만, 앞으로는 충당금 수준과 연체 관리가 은행 건전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예대마진 공화국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은행은 선택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구축하느냐, 아니면 예대마진 중심 모델에 머물며 시장 경쟁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느냐. 지금의 변곡점은 은행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며, 금융산업 전체의 미래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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