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양적긴축 종료, 상반기 유동성 효과 기대
원·달러 환율 단기 고점 확인...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 남아
주도 업종은 반도체·전력기기...AI 사이클 2027년까지 지속 진단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현대차증권]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현대차증권]

[아시아에이=김호성 기자] 내년 국내 증시가 상반기 강세 후 하반기부터 모멘텀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와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와 양적긴축 종료가 상반기까지 유동성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보여 외국인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와 미국 중간선거 등 대외 변수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 글로벌 금리 흐름과 인플레이션 둔화, 경기 둔화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이미 단기 고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 정부와 당국의 시장 안정 방안도 환율 변동성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급 구조가 완전히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거주자의 해외 투자 흐름으로 인해 달러 수급 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현재 원·달러 환율이 기본적으로 형성돼야 할 균형 수준과의 괴리가 가장 큰 편"이라며 "미국과 한국의 성장률 차이도 내년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진=AI 이미지 생성]
[사진=AI 이미지 생성]

금리 전망과 관련해 그는 연준이 올해 12월 한 차례, 내년 두 차례에 걸쳐 총 세 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연준이 올해 12월부터 양적긴축을 중단하는 정책 변화가 더해지면서 상반기까지는 금융여건이 완화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노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겹치며 외국인 자금의 순매수 전환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와 함께 주식시장의 체감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반기에는 인하 사이클이 끝자락에 들어서면서 기대감이 약해지고, 코스피 이익 모멘텀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 중간선거를 꼽았다.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상적으로 미국 증시의 성과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고, 정치적 이슈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는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략적으로 대외 갈등을 활용할 경우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업종별 차별화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관점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가 이익 사이클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조선, 기계, 방산 등 미국과의 협력 구조 아래 새롭게 형성되는 수요가 기업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국내 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시장 전체 이익이 고르게 증가하기보다는 대외 수요가 강한 일부 업종 중심의 회복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진=AI 이미지 생성]
[사진=AI 이미지 생성]

노 센터장은 강세장에서 주도 업종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년에도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종의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 상승 여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새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라며 증권 업종의 중장기적인 수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해외 투자와 관련해서 그는 미국 증시 역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져 있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끝물에 들어갈 시기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사이클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기술주 중심의 장기 성장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주식 비중 자체는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그는 상반기에는 강세가, 하반기에는 모멘텀 둔화가 예상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화 약세가 과도하게 진행된 만큼 환율 부담이 완화되고, 연준의 정책 변화로 공급되는 유동성이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 센터장은 "AI 버블 논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기업들의 생산성이 실제로 개선된다면 시장 우려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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