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북미 생산 70% 돌파… 관세 완화에도 국내 산업 공동화 가속
완성차 수출 220만 → 160만 대, 부품 수출 25% 감소 전망
현지화로 자동차산업의 GDP 기여율은 13%에서 11%로 하락
자동차 수출 비중도 전체 수출의 10% 미만으로 축소 우려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기반의 축소와 고용 감소라는 이중 위기 직면
[아시아에이=김한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비중을 2027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조지아 메타플랜트의 본격 가동과 기존 앨라배마·기아 조지아 공장의 증산이 더해지면, 북미에서만 그룹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조건을 충족시키는 전략이지만, 국내 산업기반에는 구조적 충격을 예고한다.
아시아에이 데이터분석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미 현지 생산이 70%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완성차 생산 비중은 39%에서 30% 안팎으로 하락하고, 완성차 수출량은 220만 대에서 160만 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수출액도 25%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고용 측면에서도 약 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중소 부품업체의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 압박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분석은 단순한 수치 비교가 아니라 산업연관·무역탄력도·고용탄력도 복합모형(hybrid model) 을 기반으로 수행됐다. 이 모형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IO Table), 산업연구원(KIET) 산업계수, 현대차·기아의 IR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를 통합해 구성됐다.
산업연관모형은 완성차 수출 감소가 부품·소재·기계·전자 산업으로 퍼지는 연쇄효과를, 무역탄력도 회귀모형은 관세율·현지화율 변화가 수출량·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고용탄력도 모형은 매출 감소가 고용감소로 이어지는 속도를 각각 계산한다. 결과적으로 “수출 10% 감소 → 부품매출 8% 감소 → 고용 12% 감소”라는 연쇄적 구조가 수치로 드러났다.
본지 분석팀은 이번 분석을 통해 국내 산업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를 “속도보다 구조의 문제”로 규정했다. 관세가 완화되더라도 이미 글로벌 생산의 중심이 해외로 이동하고, 기업의 이익이 국내가 아닌 해외 법인에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해외 이익비중은 45% 수준에 달하며, 이는 국내 재투자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
현지화율이 70%로 확대되면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율이 60~70%로 높아지고, 한국의 하청업체들은 물량을 잃게 된다. 특히 해외 진출 역량이 부족한 2·3차 부품업체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고용 축소, 기술개발 지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GDP 기여율은 13%대에서 11%대로 떨어지고, 수출 비중 역시 전체 수출의 10% 미만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이 더 이상 ‘한국 수출의 엔진’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보면, 완성차 생산이 줄어들면 철강·전기전자·화학·운송 등 연관 산업이 동시 타격을 받는다. 국내 부품사들은 이미 생산거점을 멕시코, 인도,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국내 공장은 기술집약적 모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중소 협력업체가 이런 구조전환을 감당하기엔 자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본지 분석팀은 이 같은 산업공동화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해외 이익의 국내 환류 유도가 필요하다. 국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유지를 위해 해외 법인의 배당소득·로열티 환류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내 공장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하다. 대량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기차·수소차 등 고부가·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셋째, 부품산업 기술전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동화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R&D 펀드를 조성하고, 협력업체의 기술개발과 전환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수출 물량의 문제를 넘어, 한국 제조업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과거 ‘수출국’으로서의 한국은 이제 ‘설계·관리 중심의 본사형 산업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관세 완화가 일시적 숨통을 틔웠지만, 산업의 중심이 이미 해외로 이동한 이상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관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혁신, 부가가치 재배분, 그리고 산업생태계의 재편이다.
현대차의 현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지만, 국내 산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생산기반의 축소와 고용 감소라는 이중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2027년의 ‘현지화 70%’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전환점을 가르는 경계선이 될 것이다.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② '관세 15%’ 이후의 균열..완화된 충격, 여전한 구조적 리스크
- 엔비디아 젠슨 황, 이재용·정의선 만났다..."HBM 등 폭넓게 논의"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① 관세·무역 리스크와 현대차의 생산전략 변화
- [AI 패권의 새로운 전장, 한국] ① 엔비디아 26만 GPU 한국 공급..이재명 정부 AI 국가전략의 분수령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④ ‘관세 15% 합의’의 명암 ..국가적 손실과 현대차의 이익
- [AI 패권의 새로운 전장, 한국] ② "AI 제조혁명" GPU가 바꾸는 한국 산업지도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⑤ “현대차의 중심은 더 이상 한국이 아니다”
- [중국의 희토류 패권] ① 세계를 지배한 희귀금속..중국의 바오터우에서 시작된 ‘자원굴기’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⑥ ‘현지화 70% 시대’, 부품업계의 생존 전략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⑦ 조지아·앨라배마·멕시코 생산벨트의 실체
- [현대차 글로벌 생산 재편] ⑧ 정의선 회장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한국 산업에 주는 부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