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테크 진입과 B2B 확장 속, 한국 시장은 카드 중심 구조에 막혀 위축세

글로벌 BNPL 결제 규모 추이 및 전망(좌), 유사 차입자의 BNPL과 신용카드 간 연체율 비교(우). [사진 = 하나금융연구소가 공개한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 발췌]
글로벌 BNPL 결제 규모 추이 및 전망(좌), 유사 차입자의 BNPL과 신용카드 간 연체율 비교(우). [사진 = 하나금융연구소가 공개한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 발췌]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글로벌 BNPL(Buy Now, Pay Later, 선구매 후지급) 시장이 결제·투자·대출 전반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은 신용카드 중심 구조와 규제 한계에 가로막혀 위축세가 뚜렷하다.

15일 하나금융연구소가 공개한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BNPL 결제 규모는 2014년 22억달러에서 2024년 3420억달러로 확대됐으며, 2030년에는 58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10년 만에 150배 이상 성장한 셈으로 이미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호주 등 주요국에서는 온라인 결제의 15% 이상이 BNPL을 통해 이뤄지며 신용카드의 대체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시장 성장과 함께 전통 금융회사와 빅테크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스웨덴의 클라르나, 미국의 어펌은 물론 JP모건체이스, 페이팔 등도 BNPL 또는 유사한 분할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흥국에서도 콜롬비아(Addi), 싱가포르(Atome), 사우디아라비아(Tamara) 등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의 관심도 커졌다. 엘리엇 어드바이저스는 클라르나 채권 390억달러를, KKR은 페이팔 채권 440억달러를 인수했으며, 어펌은 120억달러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했다

서비스 영역도 개인대출을 넘어 기업대출로 확장되는 추세다. 외상대금을 BNPL 업체가 대신 결제하고 일정 기간 후 구매기업으로부터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무역신용·매출채권 팩토링과 유사하다.

산탄데르, BNP파리바 같은 기존 금융사뿐 아니라 애디엔 같은 핀테크 결제 플랫폼도 B2B BNPL 솔루션을 내놓으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개인대출 시장에 비해 혁신 속도는 더디지만, 규모가 4~5배 크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BNPL(소액후불결제) 시장은 정체 국면에 빠졌다.

2025년 상반기 신규 결제액은 1522억원으로 2023년 상반기 2631억원에서 40% 이상 감소했다. 국내의 경우 신용카드 할부 결제가 이미 생활화돼 있고, 소액후불결제 한도가 30만원으로 낮아 시장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 주요 이용층이 신용도가 낮은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다중채무에 따른 부실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BNPL 연체율을 2%대 수준으로 집계했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신용카드 연체율인 1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조사에서는 BNPL을 이용해도 다른 부채를 늘리지 않고, 대출을 전액 상환하는 비중이 높다는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국내 환경에서 BNPL이 단기간 내 폭발적 성장을 이루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나타난 채권 유통시장과 B2B BNPL 같은 파생 모델은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중심의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측면에서 제도적 논의와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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