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 당국 권고치보다 높아…왜 경영개선권고?”
김증수 노조위원장 “실무 모르는 껍데기 금융감독과 투쟁 이어갈 것”
[아시아에이=김충현 기자] “열심히 일했는데 감독기관이 경영개선권고를 통보했다. 권고라고 하지만 우리 영업현장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왜 우리의 삶을 흔드나.”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발단은 금융감독원이 롯데손보의 경영평가 중 비계량평가 부분을 ‘4등급(취약)’으로 낮춘 것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지난 5일 롯데손보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경영개선권고는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로, 회사는 2개월 내에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가 이를 승인하면 향후 1년간 개선 작업이 진행된다. 이 기간에도 보험료 납입, 청구, 지급, 신규 계약 등 영업활동은 제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권고조치가 현실적으로 영업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은 △비계량평가처럼 주관이 개입되는 항목이 권고 사유가 된 점 △자체위험 및 자본적정성 평가체계(ORSA) 도입을 유예한 보험사가 절반이 넘는데도 이를 이유로 삼은 점 △잠정 지급여력비율(K-ICS)이 146%로 권고치(130%)를 웃돈다는 점 등을 들어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소송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롯데손보 노조는 7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약 240명의 노조원은 광화문 맞은편 인도에 모여 “부당한 경영개선권고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는 K-POP 그룹 데몬헌터스의 노래 ‘골든(Golden)’이 흘러나왔고, 부부젤라와 손바닥 클래퍼 소리가 뒤섞이며 집회 열기를 더했다.
김찬호 노조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가 이 자리에 있다”며 “부당한 권고조치를 당장 취소하라”고 외쳤다.
최규식 수석부위원장은 “5일 금융위의 결정으로 절망을 봤다면, 오늘 집회에서 희망을 본다”며 “비계량지표를 근거로 20년 만에 제재를 내린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롯데손보의 K-ICS는 지난해 12월 139.1%에서 올해 3월 119.9%로 떨어졌으나, 6월 129.5%로 반등했고 9월 말 기준 141.6%로 상승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를 11.6%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배상훈 조직부장이 삭발식을 진행하며 항의 의지를 드러냈다. 전날에는 김증수 노조위원장이 금감원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한 바 있다.
김증수 노조위원장은 노조원들을 향해 “지금 여러분은 회사생활 하면서 느끼기 힘든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임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검사놀이를 했고, 현재 금감원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주 화요일(11일)에 회사(롯데손보) 임시이사회에서 행정소송 및 가처분을 진행할 것”이라며 “노조는 노조대로 투쟁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손정은 사무국장은 “회사를 30년 다녔다”면서 “숫자 뒤엔 사람이 있다. 직원, 대리점과 설계사, 외주업체가 있다. 그 사람들 뒤에 아이들, 부모님, 지켜야할 집이 있다”라고 했다.
또한 당국을 향해 “당신들의 쉬운 판단으로 삶이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나”라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는 살고 싶어서 집회에 나왔다”면서 “일하고 싶고 회사를 지키고 싶다.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집회 후 만난 김 위원장은 “갑질을 일삼고 실무를 모르는 껍데기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는 정당한 근거가 없다”며 “회사의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투쟁을 이어가고, 기각되면 국회로 가겠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