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기업가치 제고·한미 협상 타결이 랠리 견인…“단기 부담 있지만 구조적 상승”
10월 들어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19% 급등했다. 사상 최고치(4,086.89, 10월 30일 종가) 기록이 단순한 기술적 반등인지, 구조적 전환의 신호인지를 두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지만, 해외 금융권의 해석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번 상승은 펀더멘털이 만든 결과이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31일 공개한 '최근 국내주가 상승에 대한 해외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상승 견인의 주요 원인은 외국인의 복귀다.
10월 한 달간 외국인 자금이 4조4000억 원 순유입되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매수세는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개인은 6조 원 넘게 팔았고, 기관도 차익실현에 나섰지만,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시장을 견인했다. 단기 자금이 아니라 구조적 기대감에 근거한 매수로 분석된다
그 배경에는 세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AI 반도체 사이클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역대급’ 흐름을 보이고 있다.
씨티는 “메모리 업황은 상승 사이클의 초입에 있다”고 진단했고,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베라 루빈’ 생산에 맞춰 신규 수요처가 열린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77만 원으로 높였다.
두 번째는 정책이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정책이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상방이 열렸다”고 평가했고, 인베스코 역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기업가치 개선이 이어진다면 주가 상승세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는 13.2배로, 아시아 평균(16.1배)에 비해 여전히 낮다.
세 번째는 무역환경이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외환시장 안정성과 교역조건이 동시에 개선됐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상향했고, 골드만삭스는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현대차의 월 부담액이 4730억 원에서 2840억 원으로 줄어든다”며 교역 개선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물론 시장에 대한 시각이 모두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HSBC는 “금융·방산·조선 등 일부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높아졌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고, UBS는 “AI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지만, 이제는 펀더멘털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관들의 공통된 견해는 ‘이 상승은 거품이 아니라 재평가’라는 데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단기 급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부담이 높아진 상태이나 해외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추가 상승여력에 무게를 두는 모습. 향후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 등 꾸준한 정책적 뒷받침이 지속될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