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마이 마사즈미(Masazumi Imai) 수석 디자이너와 X하프 콘셉트를 제안한 우에노 하야토(Hayato Ueno) 디자이너 [사진=이채현 기자]
왼쪽부터 이마이 마사즈미(Masazumi Imai) 수석 디자이너와 X하프 콘셉트를 제안한 우에노 하야토(Hayato Ueno) 디자이너 [사진=이채현 기자]

[아시아에이=이채현 기자] 고성능 플래그십 카메라가 넘치고, 스마트폰이 사진기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시대. 후지필름은 자기만의 언어로 사진의 의미를 묻는다. 피사체를 담아낸다는 것 너머 감성이라는 영역. 인간이 식사를 본연의 의미 너머 음식을 씹고 맛보고 즐기고 싶어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필름 카메라 감성을 디지털에서 재현해 온 후지필름 X 시리즈의 맥락에서 지난 5월 등장한 ‘X 하프(X half, 모델명 X-HF1)’는 흥미로운 이슈거리가 됐다. 와인딩 레버를 밀어 올려 찍는 하프 카메라의 디지털화. 지극히 후지필름다운 클래식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의 카메라다.

X 하프의 미학은 ‘클래식의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오늘의 사용자—특히 개성과 놀이성을 중시하는 MZ 세대—가 즐길 수 있게 새로운 경계를 세팅한 데 있다. ‘필름 카메라 모드’로 LCD 미리보기를 끄고, 와인딩 레버를 올리며 아날로그 감성을 재현한다.

또 한 장에 두 순간을 병치해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는 고전의 제약과 의식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의미 있는 불편을 촬영 동기로 전환하며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가깝다.

실제 X 하프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6월 국내 전 직영점에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재미난 카메라는 신입 디자이너의 입사 첫 해에 제안한 콘셉트가 제품화 됐다는 것이다. 클래식함을 지향하는 후지필름이 어떤 식으로 새로운 것을 향해갈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놀타를 거쳐 2002년 후지필름 입사해 X100 시리즈와 X·GFX 주요 기종 디자인을 총괄한 X 시리즈 헤리티지의 상징적 인물인 이마이 마사즈미(Masazumi Imai) 수석 디자이너와 X하프 콘셉트를 제안한 우에노 하야토(Hayato Ueno) 디자이너를 인터뷰 했다.

[사진=이채현 기자]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 [사진=이채현 기자]

Q. 왜 지금, ‘디지털 하프 프레임’인가?

우에노 하야토: “고화질은 스마트폰·디카로 이미 충분하다. 요즘 젊은 층이 원하는 건 나다운 맛이다. 당시 20대 중반, 내가 갖고 싶은 카메라가 뭔지를 생각해봤다. 그 당시에 생각했던 것도 시대와 디자인은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느꼈었다.

하프 프레임은 본체가 작고, 거친 입자감이 주는 캐릭터가 있다. 결정적으로 두 장을 한 장으로 합쳐 대비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사진의 맛이라든지 나다움을 표현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라고 해서 하프 카메라를 기본 콘셉트로 정했다.”

Q. 이번 출시된 카메라에 대해 만족도는 어떤지. 어떤 부분이 특히 흡족하거나 아쉬웠는지.

우에노 하야토:"X하프로 찍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X시리즈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해서 진화시킨다라는 전체 방향성이 있다.

그 중 X하프는 아날로그의 매력을 조금 더 진하게 느끼실 수 있는 제품이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려고 하면 여러가지로 장벽이 있기 마련인데 필름 카메라가 가진 즐거움을 디지털로 조금 더 편하게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와인딩 레버 같은 것도 탑재를 하게 됐다.

단순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라는 게 아니고 보다 많은 유저분들이 사진의 즐거움을 느끼고 아날로그 카메라의 조작의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카메라를 만들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뒷면 액정 부분이다. 기존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식일 것 같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창으로 보여줌으로써 직관적으로 스와이프 조작을 할 수 있다. 마치 필름을 실제로 끼워 놓은 것 같은 필름 창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X하프의 디자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Q.신예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실체화 시키는 작업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다. 의견 충돌은 없었는지.

이마이 마사즈미: “후지필름 디자인 센터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우에노 디자이너도 입사 이후 프로덕트 디자인 파트에 소속되었는데 내부에서 어떤 과제를 줄지 논의 후에 신입사원들에게 과제를 전달했다.

당시 주제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인데 콤팩트 카메라였는데 스스로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카메라라는 광범위한 주제로 과제를 주었다.

우에노는 신입사원이긴 했지만 오히려 개인적으로 카메라 지식이 굉장히 높았고 렌즈에 대한 경험도 풍부했다. 젊음과 마니악함을 합쳐서 좋은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우에노 하야토: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됐고 각각의 아이디어를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비교해 보는 과정을 상당히 거쳤다. ‘찍는 즐거움을 극대화 시킨다’라는 것이 제품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에 더 적합한 디자인을 함께 찾아 나갔다.

[사진=이채현 기자]
우에노 하야토(Hayato Ueno) 디자이너 [사진=이채현 기자]

Q. 카메라 디자인에 특별히 타겟층이 있는지.

이마이 마사즈미: X시리즈는 연령층을 특정해서 타겟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X시리즈는 비교적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 지금까지 출시된 기존 라인업을 좋아해 주셨는데 X하프 같은 경우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전달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카메라다.

Q. 해당 제품 한국 유저의 반응은?

이마이 마사즈미: “한국 유저는 젊고 열정적이고, 질문의 깊이가 인상적이다.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큰 애정을 느낀다. 이런 반응이 다음 기종 구상에도 힌트를 준다”

우에노 하야토: “필름 경험이 없는 젊은 층도 X 하프로 아날로그의 맛을 즐기고 있디. 빛샘 같은 표현을 예쁘다고 느끼고, ‘한 롤로 여행을 찍는다’ 같은 놀이가 확산되는 걸 보고 흥미롭다고 느끼고 있다”

Q. ‘클래식’은 ‘불편’이라는 개념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것 같다. 향후 디자인에도 그런 경계의 고민이 녹아들 것 같은데 그 경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이마이 마사즈미: “카메라의 원형은 이미 필름 카메라 시대에 상당 부분 완성됐다고 본다. 스포츠카가 100년 전 외형에서 크게 변하지 않듯 형이상학적으로 카메라라는 개념의 아름다운 외관이 있다면 그것을 유지하고자 한다.

다만 사용자가 ‘표현의 과정’을 즐기느냐, ‘귀찮음’으로 느끼느냐의 균형점을 제품별로 찾아간다. X 하프는 그 균형을 ‘행위의 즐거움’ 쪽으로 살짝 기울인 경우다”

Q. 휴대폰이 카메라를 대체할 것이라고 하고 있는 시대, 후지필름은 카메라의 의미를 어떻게 두고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가

이마이 마사즈미: “카메라는 유저의 마인드를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악기를 예로들면 악기를 통해서 연주를 한다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으로도 인스턴트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좋은 관계성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입고 싶은 옷과 특별한 날에 입고 싶은 옷이 있듯이 서로 좋은 관계가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우에노 하야토: “스마트폰은 기록에 최적화됐다. 하지만 자기표현을 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여전히 카메라를 찾는다. 이런 관점에서 오히려 스마트폰과 카메라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같이 나아가는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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