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점포소매 확산·고령 창업자 퇴출...산업별 이질적 양상 부각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가 게시돼 있다. [사진 = 뉴스1]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가 게시돼 있다. [사진 = 뉴스1]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2024년 국내 사업자 폐업 건수가 사상 처음 100만 건을 넘어섰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개인·법인을 합쳐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총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으며, 폐업률은 9.04%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으로는 ‘자영업 위기’로 해석되지만, 업종별 세부 흐름을 살펴보면 보다 복합적인 양상이 드러난다.

26일 공개된 KIET의 '최근 사업자 폐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폐업 증가의 상당 부분은 통신판매업을 중심으로 한 무점포소매업에서 발생했다.

해당 업종은 2015년 6만3000건 수준에서 2024년 19만7000건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나며 전체 폐업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낮은 진입장벽과 간이사업자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물리적 설비나 재고가 필요한 전통적 창업과는 차이가 있었다.

음식점업과 오프라인 유통업은 2023년 폐업이 급증했으나 2024년 들어서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음식점업 폐업은 2023년 16만2000건에서 2024년 15만2000건으로 줄었고, 이는 2015~2019년 매년 16만 건 이상 발생했던 수준과 유사했다.

오프라인 유통업 역시 온라인 쇼핑 확산 이후 창·폐업 모두 장기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단기적 급등보다는 산업 전반의 역동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비스업 주요 업종 폐업 건수(2025~2024년). [사진 = KIET의 '최근 사업자 폐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 발췌]
서비스업 주요 업종 폐업 건수(2025~2024년). [사진 = KIET의 '최근 사업자 폐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 발췌]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는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빠르게 늘어났다. 정보통신업은 2015년 대비 창업 건수가 약 2.4배 증가했고, 폐업도 2022년 이후 크게 늘어나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영화·방송 제작업(폐업 증가율 440%), 전문 디자인업(228%), 컴퓨터 프로그래밍(160%), 인터넷 포털 서비스업(132%) 등에서 높은 증가율이 관측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혁신적 창업 확산과 연관될 수 있으나, 동시에 소규모 사업체 중심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에서 폐업 증가 속도가 두드러졌다.

산업 단위에서 폐업이 감소하는 업종에서도 고령 사업주의 폐업은 늘어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는 단순한 고령화 효과 외에도 경영 역량과 사업 모델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종합적으로 이번 통계는 폐업이 특정 산업이나 연령층에만 집중된 현상이 아니라, 무점포소매업의 진입·퇴출 확산, 전통 자영업의 장기적 활력 저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폐업 확대, 고령 사업주의 이탈 증가 등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질적 현상을 고려할 때, 일률적 대응보다는 산업별·세대별·규모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기업 정책 관계자는 “폐업 건수 100만 돌파라는 자극적인 수치만으로는 실제 산업 현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무점포소매업과 같은 온라인 기반 사업자, 고령 창업자, 그리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영세 사업자 등 다양한 층위가 동시에 드러난 만큼, 단순한 자영업 지원책보다는 맞춤형 대응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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