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팔마 이진욱 변호사 [사진=이채현 기자]
법무법인 팔마 이진욱 변호사 [사진=이채현 기자]

[아시아에이=이채현 기자] 식품과 제조업은 규제 강도가 높은 만큼 유난히 관련 분쟁이 복잡하고 치열한 분야다.

식품산업의 경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기에 식품안전, 허위광고, 원료표시 위반, 위생검사 오류 등 다양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종종 막대한 리콜 비용과 평판 리스크에 직면한다. 업계에선 실험 과정의 절차적 오류나,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행정처분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패션·유통 등 제조업 전반 역시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공정 행위가 여전히 뿌리 깊은 분야다. 계약서 미교부, 비용 전가, 대금 지연 지급 등 고질적인 문제들로 꼽힌다.

법무법인 팔마의 이진욱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인증한 국내 12명의 식품·의약 전문 변호사 중 한 명이다. 

이 변호사는 풀무원, 대상 등 대기업은 물론 다수의 중견·중소 식품기업, 제조기업의 법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SPC 정식품 등에서도 법률 자문을 맡아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고통받는 중소기업 수급사업자의 권리 구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과 제조업계의 주요 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최근 식품 관련 소송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식품 분야는 규제가 많고, 리스크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분야다. 그럼에도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표시·광고 위반과 관련된 행정처분은, 작은 문구 하나로도 촉발되지만 법적 대응을 위해선 입증 자료가 방대하게 요구된다. 특히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수세에 몰리게 된다.

식품회사의 리스크 관리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구조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 분석이 전제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방어가 어렵다."

Q. 런천미트 대장균 논란 소송에서 오명을 벗겨준 바 있다. 비슷한 맥락인지?

"맞다. 2018년 한 소비자가 변질된 캔햄이 발견됐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하며 불거진 소송이 있었다. 식약처는 고온 멸균 공정을 거친 캔햄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제품에 대해 대규모 회수 조치했다.

문제는 실험의 신뢰성이었다. 시험 과정 중 무균 상태를 검증하는 ‘음성대조군 시험’ 절차에 명백한 오류가 있었고, 이는 식품공전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 것이었다.

이 점을 법정에서 집중적으로 지적했고, 결국 법원은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 1심과 항소심 모두 우리 편의 손을 들어주며 회수 처분을 취소했다.

해당 판결은 식품공전 실험법 개정으로도 이어졌다. 규제는 반드시 과학적 증거와 절차적 정당성 위에서 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법무법인 팔마 이진욱 변호사 [사진=이채현 기자]
법무법인 팔마 이진욱 변호사 [사진=이채현 기자]

Q. 제조업 하도급 분야에서도 고질적인 문제가 많다고 들었다.

"하도급 거래에서는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금 미지급, 부당한 비용 전가, 서면 미발급 등 불공정 행위가 여전히 만연하다. 패션업계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위비스–준서 사건이 그렇다. 해당 사건은 의류 제조 수급사인 (주)준서가 원사업자 (주)위비스로부터 불공정 거래를 당한 전형적 사례다. 계약서 교부 없이 작업을 진행했고, 부당하게 샘플비도 전가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대리를 맡았다. 끈질긴 법리 분석과 증거 제출을 통해 공정위에 원사업자의 위법 행위를 소상히 밝혔고, 마침내 서면미교부행위와 샘플비 미지급 행위가 불법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아냈다.

하도급 구조에서 힘없는 중소 수급사업자가 거대 원사업자를 상대로 홀로 싸우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

Q. 하도급법의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실제 하도급법이 적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수급업체도 많다. 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면 ‘지급 기한’이나 ‘대금’조차 특정할 수 없고, 손해배상도 어렵다. 원사업자들은 행정처분 단계에서 형식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민사소송에선 손해가 없다며 강하게 부정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하도급법 제35조 제2항 및 제3항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부당하도급대금 결정, 부당위탁취소, 부당반품, 부당감액, 기술자료 유용의 불공정하도급행위를 한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인 대응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제재 장치를 보다 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되려면 약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가 실제 현실에도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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