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반도체 영업익 2.9조원...시장 전망치 하회
이재용 회장,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2심도 무죄
이재용·올트먼·손정의, 3자 회동...AI 협력 논의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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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이=이준호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가운데 최근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오픈AI·소프트뱅크그룹과 3자 회동 등에 힘입어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85% 증가했지만 주력인 반도체(DS) 사업은 시장 전망치인 3조원을 하회하는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레거시(범용) 메모리 가격 약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DS 부문 연간 영업이익도 15조1000억원에 그치며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삼성전자 실적발표 이후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췄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시스템반도체(LSI)·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지속되면서 단기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7만~7만3000원대로 낮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이재용 삼성전 회장이 10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면서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지난 3일 오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회장에 대한 검찰 항소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주장한 이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2심에서 이 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사법부는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일반적으로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법률심인 3심에서 2심 판단이 뒤집힐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사법리스크 족쇄를 벗게 된 셈이다. 

더불어 이 회장은 무죄 선고 이후 첫 행보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3자 회동에 나서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올트먼 CEO, 손 회장과 만났다. 3자 회동에선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만들어 향후 4년간 4000억달러(약 729조원) 이상을 투자, 미국에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한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회동에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협업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서로가 필요한 파트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추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국이 저비용 AI '딥시크' 개발에 성공하면서 오픈AI는 강력한 생태계를 먼저 구축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 핵심 파트너로 삼성전자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뿐 아니라 전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회동이 사법리스크 해소 이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 이 회장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가 합류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트먼 CEO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AI 전용 단말기가 모바일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음성인식 기반의 단말기 구동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가 새로운 AI 전용 단말기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3억명의 챗GPT 사용자를 기반으로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생태계를 동시에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조설비를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턴키 공급 가능한 대규모 AI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보한 부분이 스타게이트 전략 파트너로서의 최대 강점"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는 특정 고객에 공급이 집중된 경쟁사들과 달리 HBM, 기업용 SSD(eSSD) 등 AI 메모리 턴키 공급이 가능하고, AI 전용 칩 생산을 협력할 수 있는 파운드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10억명 이상의 모바일, TV, 가전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스타게이트 AI 생태계 구축 최적 파트너로 부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I 인프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3자 회동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오픈AI-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왼쪽)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회장. [사진=뉴스1]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I 인프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3자 회동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오픈AI-카카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샘 올트먼(왼쪽)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3자 회동에 참석하는 손정의 회장. [사진=뉴스1]

이처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장의 무죄 선고 다음날인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700원(3.33%) 오른 5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1%까지 오르며 큰 상승폭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3% 이상 오른 것은 지난달 8일(3.43%) 이후 약 한달 만이다. 연초 상승세를 보인 삼성전자는 8일을 기점으로 우하향하면서 3일에는 5만1000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4만99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하루 동안 1908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17일부터 8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며 총 1조8303억원어치를 팔았으나, 9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이어 지난 5일에도 종가 기준 5만2900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며, 오늘(6일)도 9시 개장과 동시에 전일 대비 1%가량 상승한 5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모든 악재를 선 반영하고 있어 하락 위험은 제한적인 반면 향후 상승 여력은 높아질 것으로 보여 현 시점은 업사이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은 다가올 호재에 주목할 때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연구개발(R&D)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23년 1분기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10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13.6%에 달했다.  

김영건·김제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술 기업의 R&D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반등이 더욱 가파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공급 승인을 받는 등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가시성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중 HBM3E 12단 품질 인증, HBM4 개발 완료 및 파운드리 대형 수주 등이 주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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