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 단행...'안정 속 쇄신' 택해
전영현·노태문 2인 대표 체제 가동
임원 승진 161명으로 확대...30대 상무·40대 부사장 발탁 세대 교체
[아시아에이=이준호 기자]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까지 마무리하며 '뉴삼성' 윤곽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기술 인재'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부문별 책임 경영을 강화한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복귀하고, R&D(연구개발) 및 제조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25일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등 총 161명 규모의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인사 핵심은 '기술 인재 발탁'과 '현장 경영 강화'로 요약된다.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 가동...경영 안정 도모=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최고경영진 역할 분담이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과 노태문 사장(DX부문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복귀했다. 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부문별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기존에 겸직하던 SAIT(구 종합기술원) 원장직을 내려놓고, 메모리사업부장과 DS부문장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는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에서 불거진 경쟁력 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반도체 초격차 회복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래 기술 준비를 위한 외부 영입도 눈에 띈다. 신임 SAIT 원장에는 하버드대 석좌교수 출신인 박홍근 사장을 영입했다. 박 사장은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세계적 석학이다.
또 삼성벤처투자 대표를 맡았던 윤장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DX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복귀시켰다. 윤 사장은 S/W 전문가로서 모바일, 가전, AI 간 시너지를 주도할 예정이다.
◇"HBM·수율 잡아라"...DS부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임원 인사에서는 반도체(DS) 부문 쇄신 의지가 뚜렷했다. 올해 임원 승진자는 총 161명으로 지난해(137명)보다 규모가 확대됐으며, 주로 AI·반도체·로봇 분야 실무형 인재들이 중용됐다.
특히 DS부문은 HBM 주도권 확보와 파운드리 수율 개선을 위해 검증된 현장 전문가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메모리사업부에서는 D1c급 D램 및 HBM4 개발, 수율 확보를 주도한 유호인 상무와 이병현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파운드리사업부에서도 2·3나노 선단 공정 수율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보하는 데 기여한 김영대 부사장(제품기술팀장)과 전하영 마스터(공정개발팀) 등이 발탁됐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인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미세공정 안정화'를 해결할 적임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30대 상무·40대 부사장 전진 배치...'젊은 삼성' 가속화=미래 성장을 위한 세대교체 기조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성과와 잠재력을 갖춘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과감히 기용했다.
DX부문에서는 39세 김철민 상무(시스템 S/W 전문가)와 이강욱 상무(생성형 AI 모델 전문가)가 발탁됐으며, 40대인 권정현 부사장(45세)이 로봇 인텔리전스 기술력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DS부문에서도 강명길 마스터(43세)가 차세대 로직 소자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는 등 젊은 기술 리더십 구축에 속도를 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 원칙 하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돌파할 리더들을 중용한 것"이라며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