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환율 고려…실업률·건설경기 악화로 금리 인하 압박 커질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시아에이=김충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3연속 동결했다. 

10·15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억제하고, 급등한 원·달러 환율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업률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 속 금리 동결이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강연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로 집값이 오르면 크게 고생한다”고 경계했고, 지난 20일 국감에서도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대외 불안요소가 겹치면서 급등세를 보인 환율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1431.0원으로, 5개월여만에 1430원대까지 다시 치솟았고 22일에도 1432.8원으로 마감했다. 

부동산 가격·환율 등이 금리 동결을 이끌었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이 실업률 개선이나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기에 미 연준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도 금리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업률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2.1%로, 지난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은 지난 3개월 간 하향세(2.8%→2.4%→2.0%)를 보였지만, 9월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리가 동결되면서 건설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10월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1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해도 6.5% 줄어들었다. 건설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부터 감소세를 지속해 16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 와중에 미 연준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전미경제협회(NABE) 공개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현재 1.75%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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