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중심 구조에 민간 자금 묶이며 착공 체감 미비...시장 “정책 신뢰가 공급 회복의 전제”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정부가 지난달 7일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방안(9·7대책)’이 한 달을 맞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연평균 27만호, 5년간 총 135만호 착공이라는 대규모 공급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자금과 제도, 인허가가 동시에 막히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목표는 분명했다. 공공택지의 LH 직접시행을 통해 공급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민간이 도급형 구조로 참여해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설계가 오히려 ‘공급 병목’을 불러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핵심 원인은 자금 흐름의 왜곡이다. 공공이 주도권을 쥐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은 사실상 관망세로 돌아섰다.
민간사업자의 사업성 판단이 어려워지자 착공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정부가 강조한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역시 법령 개정 전이라 실제 참여를 결정한 기업은 거의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와 관급자재 사용 규정이 유지된 상태에서 공공이 공사비를 통제하면 이윤이 남지 않는다”며 “리스크 분담 구조가 명확히 설계되지 않는 한 민간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의 유입이 막히자, 착공 지연이 공급 신뢰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정부가 내세운 추가 착공 12만호 중 상당 부분은 리드타임 단축을 통한 ‘조기화 물량’으로 실제 순증 효과가 제한적이다. 시장에서는 “통계상 착공이 늘어나도 입주 물량이 늘지 않으면 가격 안정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흐름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은 공공택지 조기화 방안으로 일정 부분 속도전이 가능하지만, 지방은 미분양 적체로 정책의 파급력이 약하다. 전국 미분양 주택의 80%가 지방에 몰려 있고, 준공 후 미분양도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다.
지방 건설업계는 “공급 확대가 아니라 공급 축소가 오히려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상황”이라며, “지역 맞춤형 금융 지원과 공공임대 전환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도권 중심의 정책은 불균형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의 ‘공급 확대 전략’은 실행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LH 중심 집행 구조에 민간의 자금·브랜드·시공력을 결합할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급은 수량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민간의 수익성과 공공의 공공성을 조화시키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정책은 계획 단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