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재구조화 12.7조 처리,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급락...제도개선 충격 변수

금융감독원 중소금융 담당 부원장보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부동산 PF정리 재구조화 경과 및 실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중소금융 담당 부원장보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부동산 PF정리 재구조화 경과 및 실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불안 국면을 벗어나 점진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6일 NICE신용평가가 공개한 '부동산PF 상황 점검 결과 및 평가' 보고서 및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은 20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11.1%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21조9000억원, 11.5%와 비교하면 소폭이지만 감소세다. 단순 비율보다는 정리·재구조화가 실제로 작동하며 총량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부실 털어내기 속도도 빨라졌다. 총 23조9000억원의 대상 여신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조7000억원이 처리됐다.

정리 방식이 8조7000억원, 재구조화가 4조원으로 나뉘는데 이는 단순 장부상 손실 확정이 아니라 시장 내 자금 구조를 다시 짜는 과정이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효과로 PF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6%포인트, 4.1%포인트 개선됐다.

업권별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캐피탈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는 95%에서 56%로, 저축은행은 141%에서 57%로 급감했다. 레버리지가 과도했던 업권일수록 위험 감축 속도도 가팔랐다.

증권사는 37%에서 35%로 완만히 줄었지만, 브릿지론 비중을 26%에서 19%로 낮추며 구조 자체를 보수적으로 전환했다. 대형사들은 자본여력과 조기대응 역량을 바탕으로 수치를 빠르게 안정시킨 반면, 중소형사의 구조조정은 더뎌 업권 내 격차가 뚜렷해졌다.

NICE Coverage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 PF/자기자본(좌), NICE Coverage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브릿지론 비중(우). [사진 = NICE신용평가가 공개한 '부동산PF 상황 점검 결과 및 평가' 보고서 발췌]
NICE Coverage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 PF/자기자본(좌), NICE Coverage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브릿지론 비중(우). [사진 = NICE신용평가가 공개한 '부동산PF 상황 점검 결과 및 평가' 보고서 발췌]

다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가 개선됐다고 해서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방 미분양이 장기화되며 사업성 취약 단지가 잔존 부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수도권 신규 인허가 부진도 장기적으로는 공급·수요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

한 증권사 프로젝트금융 담당 임원은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 지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손대지 못한 사업장들은 대부분 사업성이 약한 곳”이라며 “정리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제도적 변수가 PF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비율 상향, 위험가중치 차등화, 업권별 한도 규제 등 제도 개선안을 예고했다. 이는 대형 금융사에는 관리 가능한 수준의 조정일 수 있지만, 자본여력이 부족한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PF 익스포저를 공격적으로 줄여온 곳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겠지만, 아직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제도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신용등급이나 조달비용에도 차별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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