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분기 한국 경제, 소비 반등에도 투자 절벽이 발목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한국 경제가 긴 침체를 벗어나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지만, 회복세의 속도와 지속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모았다.
지난 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경제주평: 간신히 만들어진 모멘텀, 경기 회복으로 이어져야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7%를 기록하며 역성장에서 벗어났으나, 소비와 수출의 단기 반등이 이끌어낸 결과일 뿐 설비·건설 투자 부진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는 다섯 분기 연속 감소하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비는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불확실성 완화에 힘입어 7월 들어 반등세가 뚜렷했다.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며 소매판매 증가율이 2.4%까지 확대됐는데, 자동차 판매와 통신기기 수요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가계 체감경기도 개선돼 현재경기판단 지수가 상승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낮아져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음을 보여준다. 반짝 소비 진작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매력 확충이 과제로 남는다.
투자 지표는 우려스럽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증가했음에도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감소세가 이어졌고, 특히 ICT 설비투자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본재 수입액과 기계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앞으로의 투자 흐름 역시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총투자율은 28.8%까지 하락해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단기 성장잠재력의 취약화를 의미한다.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동반 감소했고 청년층 취업자 수는 33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수출은 품목과 시장이 엇갈린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미국·중국·EU 등 주력 시장 수출은 동반 하락했다. 전체 수출액은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물량 증가율은 급격히 둔화되며 향후 관세 충격이 본격화될 경우 수출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로 인한 국제 교역질서의 불안정성이다. 상호관세 조치와 연방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글로벌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둘째,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한국은행이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이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2%포인트로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독자적 정책 운용 여지가 크지 않다.
셋째, 투자와 노동시장의 냉각이다. 소비심리 개선이 실제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뒤따라야 하지만, 설비와 건설 모두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3분기의 한국 경제는 경기 저점 혹은 회복 초기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소비 진작과 한·미 통상 협상 타결이 단기적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를 확실한 회복세로 이어갈 동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