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비대칭과 규제 사각지대가 키우는 시스템 리스크
높은 레버리지 구조, 경기 침체 시 금융 불안 증폭 가능성
은행권과의 복잡한 연계가 만드는 전염 경로 우려
유동성 경색과 헐값 매각 위험, 신용시장 충격 불씨 될 수도
사전적 규제·감독 강화 없이는 2008년 악몽 반복 가능성
[아시아에이=송기철 기자]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는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 요인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정보 불투명성이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대출 조건, 차입 기업의 재무 구조, 포트폴리오 구성, 레버리지 수준 등 핵심 정보가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물론 규제 당국조차 전체적인 위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보 비대칭성은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위기 발생 시 충격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구조를 형성한다. 실제로 2007~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파생상품 시장의 불투명성이 문제를 키운 바 있어, 이러한 구조는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높은 레버리지 구조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 특히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형태로 운영되는 펀드들은 자본 대비 최대 두 배까지 차입이 가능하다. 이 구조는 경기 확장기에는 높은 수익률을 가능하게 하지만, 경기 침체기나 유동성 경색 시에는 손실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게다가 일부 펀드는 만기 구조가 길고, 대출 조건이 경기 상황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설계돼 있어, 예상치 못한 금리 급등이나 경기 둔화 시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여러 금융기관의 보고서에서는 이런 레버리지와 구조적 취약성을 결합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연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전통 은행권과의 연계 리스크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중심이지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은행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위기 상황에서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이 보유한 신용라인에서 대규모 인출이 발생하면, 은행의 유동성과 자기자본비율에 즉각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출이 단기간에 발생할 경우,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수 포인트 이상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전통 은행 시스템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는 전염 경로(contagion channel)를 형성하게 된다.
네 번째는 유동성 경색(liquidity crunch) 가능성이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들은 일반적으로 자금 회수에 긴 시간이 걸리는 폐쇄형 구조를 갖는다. 그런데 경기 둔화나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 LP(Limited Partners)들이 동시에 자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펀드는 만기가 긴 대출 자산을 단기간에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헐값 매각(fire sale)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확대되면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용시장에서도 급격한 금리 상승과 신용 경색이 발생해 실물경제까지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 2008년 위기 당시 단기자금시장의 동결이 금융위기를 심화시켰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 문제는 특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감독 및 규제 사각지대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전통적인 은행권 규제 틀 밖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현행 규제 체계가 이 시장의 규모와 복잡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국제기구는 이미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급성장이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특히 비은행 금융중개기관(NBFI) 부문의 급성장과 더불어, 규제당국의 모니터링 한계가 맞물리면 시스템 리스크가 쌓이다가 한꺼번에 분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되는 것은 구조적 복잡성이다.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에서는 담보부 대출증권(CLO) 같은 파생상품 구조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 상품들은 투자자에게는 수익 다변화 수단이지만, 동시에 복잡한 리스크 전가 구조를 형성해 위기 상황에서는 손실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추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위기 때 CDO(부채담보부증권)의 복잡성이 리스크 전이를 가속화했던 경험을 감안하면,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빠른 성장은 자금 조달 다변화와 대체투자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정보 불투명성, 높은 레버리지, 은행권 연계 리스크, 유동성 취약성, 감독 사각지대, 구조적 복잡성이라는 여섯 가지 위험 요인을 복합적으로 안고 있다. 여러 금융 전문가들이 지금이라도 규제와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사전적 리스크 관리 도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위기 조짐을 방치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연쇄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