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난 프랑스 부채
유로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
팬데믹·에너지 위기·금리 인상이 삼중 압박
재정 건전성과 경기 부양 사이의 딜레마
[아시아에이=최지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프랑스 국가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 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부채 비율을 기록한 프랑스는 이제 재정 건전성과 경기 회복 사이의 균형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와 세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된 지난 10여 년간의 흐름은 프랑스가 당면한 구조적 재정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증가해왔다. 1995년 GDP 대비 55.8%에 불과했던 부채 비율은 2000년대 초반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서 부채 비율은 66.8%까지 치솟았다. 이후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부채는 매년 불어났고, 2010년대 중반에 이미 GDP 대비 90%를 넘어섰다. 특히 프랑스는 독일과 달리 재정 긴축보다는 경기 부양을 중시하는 정책 노선을 택하면서 국가 재정의 기초 체력이 점차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 전환점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전국적인 봉쇄조치와 의료 시스템 확충, 고용 유지 지원금, 기업 보조금 등 정부가 쏟아부은 막대한 재정 지출은 단 1년 만에 부채 비율을 98%에서 114.8%까지 급등시켰다. 이는 프랑스 재정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의 증가였다. 이후 일부 긴축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까지 부채 비율은 109.7% 수준을 유지했고, 2025년 1분기에는 다시 114.1%로 상승하며 유로존 평균인 88%를 크게 상회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부채 비율이 다시 늘어난 것은 단순한 경기순환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재정 적자가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부채 비율은 153%, 이탈리아가 135%를 기록해 여전히 최상위를 차지했으며, 프랑스는 세 번째로 높은 114.1%를 기록했다. 스페인(101.8%)과 벨기에(104.7%)보다 높고, 독일(62.7%)이나 네덜란드(51.1%) 등 재정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들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유럽 재정 규율의 상징으로 불리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권고하는 60% 기준과 비교하면 프랑스의 부채 수준은 이미 두 배에 육박한다. 일본(249.7%)이나 미국(123.0%)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유럽 내에서 재정 규율을 중시하는 시각에서는 프랑스의 부채 급증이 정치·경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부채 증가의 배경에는 단기적 요인과 장기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프랑스는 높은 복지 지출 구조와 고정성 경비, 그리고 세입 확충 지연 문제로 인해 이미 구조적 재정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여기에 2021~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정부의 ‘요금 방패’ 정책(가계와 기업에 대한 전기·가스 요금 보조금)은 재정 부담을 더욱 확대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지원책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경기 침체를 완화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부작용을 남겼다.
또한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는 부채 상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는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이자 비용이 낮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부채 이자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5년 프랑스의 국가채 이자 비용은 53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불과 몇 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자 지출이 교육·보건·사회복지 등 필수 부문의 재정 여력을 압박한다면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경기 회복과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자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재정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향후 EU 차원의 재정 규율 개혁이나 금융시장 신뢰 확보 과정에서 프랑스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긴축을 선택할 경우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을 유지할 경우 부채 누적이 심화되는 이중의 위험 속에서 프랑스 경제정책의 향후 방향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