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협 등 자격 있는 기관만 발행 허용
법정화폐(엔화)로의 환급 가능성 보장
금융청의 엄격한 인허가 및 감독 체계 구축
알고리즘형·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과의 단절 선언

[아시아에이=최지연 기자] 일본 정부는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명확히 ‘전자결제수단형 통화’로 정의하고, 제도권 편입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닌, 실제 금융 거래와 소비자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준화폐적 수단으로 격상시킨 조치였다.

법 개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발행 주체는 일반 민간기업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금융기관에 한정된다. 은행, 신용협동조합, 등록 송금업체 등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금융청(FSA)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다. 이를 통해 일본은 스테이블코인의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교환 가능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자료정리=아시아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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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의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예: 일본 엔화)와의 1:1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자신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엔화로 환급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환급 기능 역시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이는 미국, 유럽 등에서 일부 스테이블코인(특히 알고리즘형)의 담보 부족, 환매 지연, 가격 붕괴 사태가 발생했던 전례를 철저히 반영한 설계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제2의 현금(Second Legal Tender)’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이 화폐나 동전처럼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 현금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이에 따라 담보자산 중심의 완전한 자본 보유와 엄격한 발행 조건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운다. 이는 알고리즘 기반이나 담보가 불충분한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본은 2022년 루나(LUNA)·테라(UST) 사태를 예의주시해왔으며, 이러한 파국적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앙정부가 명확한 발행 권한과 구조적 안전장치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USDT(테더)나 USDC(서클)와 같은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은 일정 부분 제한되며, 향후 일본 엔화 기반의 자체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주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일본식 스테이블코인 모델은 공공성과 책임성,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디지털 결제의 혁신성을 일부 흡수하려는 ‘보수적이되 실용적인 절충 모델’로 평가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전자화폐(E-money), 선불 결제 시스템, QR코드 결제 등 핀테크 발전에서 아시아 선두주자였으며, 이번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역시 이러한 디지털 결제 인프라 위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민간 발행+은행권 주도+정부 감독’이라는 3중 구조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관리하며, 이는 향후 글로벌 규제 표준 논의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의 안정성과 공공성,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국가들에게는 일본식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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