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김, 시장 공급 위축의 악순환 '점화'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는 역효과 우려
반복되는 정책 실패와 무능한 기재부 관료 책임론 제기

정부가 다시금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켰다. 지방 중소형 부동산까지 포함되는 이번 정책은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긍정적 효과만을 강조하기에는 위험 요소와 한계가 만만치 않다.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지만, 이번 제도는 특히 그 부작용의 무게가 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매물 잠김’ 현상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주택은 최소 6년간 매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공급이 위축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임대 물량이 늘어나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매매시장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인한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지방 소도시나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소수의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요동칠 수 있어, 정책 취지와 달리 시장 불안정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자료정리=아시아에이
자료정리=아시아에이

더 나아가 이 제도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매물 잠김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면 실수요자들은 더욱 수도권 인기 지역에 몰리게 되고, 투자자들 역시 세제 혜택을 노려 안정성이 높은 수도권 아파트 매입에 나설 수 있다. 이는 곧 특정 지역, 특정 주택 유형에 수요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정부가 의도한 지방 주택시장 활성화와는 달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투자 쏠림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다. 세제 혜택이 주는 유인은 분명 강력하다. 그러나 그 혜택을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계층은 자금력이 충분한 투자자들이다. 지방 저가 주택과 수도권 아파트 모두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정작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이는 지역 간 양극화뿐 아니라 세대 간 주거 불평등까지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신뢰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임대사업자 제도는 세제 혜택을 앞세워 다수의 투자자를 끌어들였으나, 불과 몇 년 만에 혜택이 철회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와 임차인이 피해를 입었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 이번 제도 역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장은 일관성과 신뢰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 점에서 정책의 반복된 변동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현장의 요구보다 관료 조직의 단기적 성과 논리에 의해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전월세 시장 안정이라는 단기적 지표를 내세우며 제도를 밀어붙였지만, 정작 장기적인 시장 구조 개편이나 실수요자 보호 대책은 부족하다. 과거 정책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책임 없는 실험’이었다면, 이번에도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의 성과는 몇 개월 단위 통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시장 흐름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재부 접근은 시장 전체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당장의 지표 개선에 집착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행정적 부담도 상당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록 절차, 정기적인 현황 신고 등 각종 규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소규모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의무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혜택을 노리고 진입했다가 관리 비용과 규제 준수 부담이 더 크다고 느끼며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순간, 그 부담은 다시 시장 불안정으로 환원된다.

결국 이번 임대사업자 제도의 부활은 양날의 검이다. 임대 공급 확대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물 잠김, 수도권 아파트값 자극, 투자 쏠림, 정책 불신, 행정 부담이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정책은 단기적 안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구조적 불안을 해소하고,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제도 역시 또 한 번의 정책 실패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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