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생명 계열사 임대차 손해배상·관리비 미수취 '무상제공' 아냐
보험연구원, 대법 판결 통해 경영 판단 존중 기조 확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1]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1]

[아시아에이=김호성 기자] 최근 보험업법이 금지하는 대주주에 대한 자산 무상 양도 또는 불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3일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험법 리뷰'에 따르면 보험회사와 계열사 간 금전적 이익 무상 제공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A생명보험사가 금융감독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발단은 원고인 A생명보험사가 계열사와의 임대차 계약을 위해 기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입점 준비 기간 동안 관리비를 받지 않은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A생명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법리적 및 사실관계적 측면에서 A생명보험사가 보험업법을 위반하여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리적으로는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 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금지 거래 유형은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열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임대차 거래 등에서 보험사가 대주주에게 간접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제공했더라도, 현금 자체를 무상으로 교부하거나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실적 측면에서 원심은, A생명보험사가 기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더라도 계열사와의 임대차 거래를 통해 장래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한 점을 주목했다. 이는 보험사 스스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주주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으나, 관련 규정 해석에 대한 원심의 법리적 판단을 명시적으로 채택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판결이 보험업법상 대주주에 대한 자산 무상 제공 금지 규제와 관련하여 상세 요건에 대한 대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체적인 거래가 경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부수적인 거래 행위에 일부 불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곧바로 자산의 무상 제공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규제 명확성에 중점을 둔 원심의 법리적 판단을 명시적으로 인용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판결은 행정청이 여러 위반 행위에 대해 하나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으나 그중 일부만 위법한 경우, 일부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만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양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보험 법률 및 규제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보험업법상 '자산의 무상 제공'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히 거래의 결과가 일부 불리하더라도, 전체적인 거래의 목적과 경위가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무상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이는 그동안 불명확했던 관련 규정의 해석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법원이 원심의 '금지 거래 유형의 구체적 열거'라는 법리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유보한 것은 향후 유사 사례에서 법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이번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관련 감독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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