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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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이=이준호·이조은·박대한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결혼식에 갈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처럼 결혼식이 몰리면서 이미 예식장 예약이 내년 중반까지는 차 있을 정도로 호황이라고 하는데요. 막상 혼인율이 역대 최저라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은 것과 현실을 비교하면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MZ세대가 간다' 팀은 셋 모두 미혼인데요. 이번 주엔 MZ세대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서울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혼인 건수 사상 최저...솔직한 체감은 '글쎄?'(Feat. 이준호 기자)=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혼인율이 지속 감소하자 출산율도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그럼에도 주위를 살펴보면 자연스레 "글쎄?"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로 미뤄왔던 결혼식을 하는 이들이 많고, 기자가 30대가 되면서 자연스레 지인이나 친인척 결혼식에 갈 일도 많아진 탓인 것 같아요.

실제로 올해만 해도 4~5건의 결혼식을 갔었고 주위 친구들도 이미 결혼을 했거나 곧 결혼할 예정인 친구들이 많습니다. 최근엔 동네 술집에서 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마주친 고등학교 동창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했죠.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비혼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주위에 '난 절대 결혼 안 해'라거나 공식적으로 비혼 선언을 한 사람은 거의 없는데요. 한편으론 '결혼을 꼭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보통 '좋은 사람 생기면', '좋은 기회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세대별 결혼과 출산에 관한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MZ세대(1980~2004년생)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답한 비율은 4.46%에 불과했다고 하죠.

이처럼 결혼이 필수가 아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 부담과 개인주의 성향 탓으로 보입니다.

서울 한 예식장에서 직원들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한 예식장에서 직원들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또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도 남녀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 그 자체가 걱정이고, 남성의 경우 배우자의 경력단절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 걱정이죠. 특히나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지금 세대에겐 더욱 큰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성세대들도 오히려 예전처럼 결혼을 강요하지 못하는 듯한데요.

기자의 아버지도 "내가 20대 때는 막노동을 해서도 서울에 살 곳 마련하고 결혼할 수 있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대학까지 나와서 좋은 직장 들어가도 그게 어려운데도 결혼하려면 다들 집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파트 한 채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아닌 이상 자식 결혼 강요할 수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식 자체도 부담입니다. 결혼식 비용, 하객 수 등 쓸데없는 허례허식이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하객 알바' 같은 얘기를 들으면 절로 '웃프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기자도 결혼은 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경제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인데요. 정부에서도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경력단절이라든지 허례허식으로 가득한 결혼식 문화 등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요.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가 국가적으로 큰 위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젊은 세대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과 문제점 등에 귀 기울이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 웨딩홀 [사진=켄싱턴호텔]
켄싱턴호텔 여의도 웨딩홀 [사진=켄싱턴호텔]

◇ 결혼, 꼭 필요할까? 세대·성별 간 동상이몽(Feat. 이조은 기자)=지난주 토요일 가까운 친척의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올해만 벌써 친척 결혼식 두 번, 지인 결혼식을 한 번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요.

결혼식을 다녀오면 어김없이 부모님과 친지들께 “너는 결혼 언제 할 거니? 너도 결혼 빨리해라”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좋은 혼처를 소개해 줄테니 선을 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기자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제발 강요하지 마시라며 한숨을 내쉬고는 합니다. (아직 기자는 20대 후반입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의 비중은 50%로 2년 전 대비 1.2% 줄었습니다.

이중 MZ세대에 해당하는 △10대(13~19세)는 29.1% △20대는 35.1% △30대는 40.6%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한 비중은 20대와 30대가 각각 53.5%, 52.8%입니다. 이제 MZ세대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습니다.

반면 △40대는 42.3% △50대는 52.8% △60세 이상은 71.6%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세대 간 결혼에 대한 견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마법 같은 순간’ 웨딩 프로모션 [사진=레스케이프]
‘마법 같은 순간’ 웨딩 프로모션 [사진=레스케이프]

또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중은 44.3%입니다. 남자가 55.8%로 11.2% 높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남녀 모두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28.7%로 가장 크고, 남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16.6%), 여자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5.0%)가 주된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경우 △출산과 양육이 부담돼서(13.7%)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12.9%) 등도 이유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가 대부분 공감이 됐습니다.

단 몇 개월이지만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될 것이 걱정됐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에 출산 휴가를 쓰는 직원을 암암리에 포함 시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창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순간 발목이 잡히는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서 하는 결혼은 지양하게 됩니다. 언젠가 정말 좋은 사람이 있고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난다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결혼은 사람 대 사람의 약속이기에 누가 시켜서 될 일도 아니고, 성급하게 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결국 때가 되면, 좋은 사람 만나면 다 알아서 하게 돼 있습니다. 툭툭 던지는 강요 한 마디에 청개구리 심보가 생기는 것이 이치입니다. 결혼에 대한 세대 간 의견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글래드 여의도 '스몰 웨딩' [사진=글래드호텔]
글래드 여의도 '스몰 웨딩' [사진=글래드호텔]

◇결혼=부담?...나서서 부담되는 일 하고 싶진 않아(Feat. 박대한 기자)=결혼에 관해 기자의 한 지인은 "아직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아니기도 하고, 결혼을 생각하면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MZ세대가 간다' 주제는 유독 까다로웠는데요. 연애도 못 하고 있는 사람에게 결혼이라니. 눈 감고 있는 상황에서 멀리 쳐다보라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또래의 지인에게 연락해 봤는데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부담감'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혼이라는 주제를 떠올릴 때, 마음 한구석에 막연한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연애 중인 지금이 좋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는 것이 부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자료 [사진=박대한 기자]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자료 [사진=박대한 기자]

결혼에 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 10명 중 4명만이 결혼 의사를 밝혔는데요. 미혼자가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로 남성의 48%는 '경제적 비용 부담'을 느꼈고 여성의 51%는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요즘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부담스럽거나 필요성에 의문을 품는 비중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때 결혼 대신 동거라가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 대체제로 떠오른 동거도 차선책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2020년 진행된 비혼 동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동거가 불편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주택 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응답자 중 49%가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비혼 동거에 대한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의미인데요. 예로 수술동의서 등과 같이 의료적 결정에 동거인을 법적 배우자와 같게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공적 가족복지 서비스에 비혼 동거인의 사례는 제외돼 있거나, 절차가 복잡한 게 현실입니다.

2022년 9월 인구동향 중 혼인 건수 [사진=박대한 기자]
2022년 9월 인구동향 중 혼인 건수 [사진=박대한 기자]

결혼이든, 동거든 부담스러운 건 매한가지인 것 같은데요. 이는 혼인 건수에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혼인 건수는 28만1635건이었는데요. 2021년에는 19만2507건으로 5년 만에 46%나 줄었습니다.

인구감소, 출생아 감소 등은 큰 사회적 문제임에는 동의하는데요. 그러나 강요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사자 얘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젊은 세대가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는지, 결혼을 부담스럽게 느끼는지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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