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와 형제의 치열한 표대결...소액주주들의 판단에 달려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 기각...형제 측 "즉각 항소할것"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CI홀딩스 통합 관련 한미사이언스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제공]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CI홀딩스 통합 관련 한미사이언스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제공]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지난 2020년 故임성기 회장이 타계하면서 발생한 50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표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이슈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엄마와 딸, 형제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미약품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오는 28일 주총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은 본점 소재지인 경기 화성시에서 열리며 이날 신규 이사 선임안 등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의 시작

경영권 분쟁은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前사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반대하면서 불거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간에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채 임종윤 前사장의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의 주도로 OCI와의 통합이 진행됐다.

임종윤 前사장은 지난 13일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엑스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후 공식적으로 통합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임 사장의 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前사장 역시 장남인 형을 지지하고 있다.

송 회장 측의 계획하고 있는 통합쪽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7703억원)을 인수하고 이와 동시에 故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37%를 취득하게 된다.

양측의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임 실장 측은 OCI홀딩스 개인으로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OCI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제공]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OCI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제공]

◇치열한 표대결 앞둔 한미그룹...소액주주들의 판단에 그룹 미래 달렸다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의 핵심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으로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최대 정원은 10명이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인 송영숙 회장과 사외이사 3명을 제외하면 사내이사 2석, 기타비상무이사 2석, 사외이사 1석이다.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의 후보 선임 안건을 제출해 추후 OCI그룹과의 공동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며 임종윤 한미약품 前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위해 본인 2명을 포함한 5명의 후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대하는 제안을 해 놓은 상황이다.

이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향후 한미약품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으로 치열한 표대결이 벌어질 예정이다.

현재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율을 더하면 21.86%(27일 기준)이며 임종윤, 임종훈 前사장의 지분율은 20.47%로 각각의 우호지분을 더했을 경우 송 회장 측 35%, 임종윤 前사장 측 28%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나머지 지분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는데 알려진바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 12.15%, 국민연금 7.66%,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3일 "일부 대주주들이 다른 대주주들과 주요 주주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사항을 알리지 않고, 회사의 재비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형제를 지지할 뜻을 내비쳤다.

26일 국민연금은 "이사회 안과 주주 제안이 경합하는 이사 및 감사위원 각 선임 안건에 대해 이사회 안(모녀)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모녀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결국 모녀와 형제의 지분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소액주주들의 결정이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자문사 반응 엇갈려

한미사이언스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이하 GL)는 송 회장이 제안한 후보는 전원 찬성 의견을 밝힌 반면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종훈 前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한 2건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은 모두 찬성해 눈길을 모았다.

GL측은 "통합 이후 한미사이언스가 추가적인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있으며, 재무구조 사업 확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라며 "주주제안 측은 구체적 기업활동 대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이사진 의안에 찬·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약품 및 OCI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및 OCI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 주총 앞두고 갈등 격화

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중간 지주사로 전락했을 경우 주가 하락여부도 초유의 관심사다.

임 사장 측은 "한울회계법인 자료에 따르면, 중간 지주사 가운데 지주회사에서 전환됐거나 신규로 설립된 경우 PBR(주가순자산비율) 평균이 1.53에서 0.86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를 한미그룹에 대입하면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미그룹 측은 "한울회계법인의 PBR분석 자료는 전혀 다른 유형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를 묶은 것으로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임종윤·종훈 前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룹경영에 복귀하면 1조원 이상을 유치하고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개발 전문회사로 만들어 50조 가치를 가진 회사로 키워내겠다"라며 "제2의 현대·기아차 그룹처럼 시가총액 200조 티어에 진입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히자 곧바로 한미그룹은 반박자료를 냈다.

한미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종윤 사장 측 시총 200조 가능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한미그룹 측은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겠단 계획에 대해서도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오의약품 특성에 따라 생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를 단순화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량으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비전은 공허한 느낌마저 준다"고 비판했다.

모녀와 형제간의 비판과 반박이 오가자 결국 한미그룹은 지난 25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前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해임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 주총 이후 영향 줄 수 있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 형제 측 "즉각 항소할 것"

만약 형제 측이 승리해 이사회를 장악하더라도 OCI통합을 무산시키려면 또하나의 큰 산이 남아있다.

지난 26일 법원이 형제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인데 이로써 승리하더라도 상당기간 법적다툼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원의 발표에 한미그룹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통합의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진정성도 인정받게 돼 기쁘다"라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더 받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형제 측은 "가처분 기각에 대해 즉시 항고를 진행하고 본안 소송을 통해서도 재판부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며 "주주총회 등에서 다시 한 번 합병의 부당함을 알리는 한편 올바른 이사진이 구성되고 상식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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