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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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이=이채현 기자] 사막의 오아시스. 팍팍한 일상을 겪어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얼마나 반갑고 달콤한지 모른다. 오래된 예술 영화 극장과 미술관, 곳곳의 예술 작품과함께 다양한 맛까지 함께하는 곳이 있다.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을 찾았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성인이 되니 어쩐지 애잔한 느낌이에요. 저 자신 같달까요”

함께 지나가던 후배가 말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서대문 쪽으로 향하는 길, 멀리서부터 망치질을 하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흥국생명빌딩 앞에 세워진 ‘해머링 맨’이다.

여느 빌딩이든 특별한 조형물이 함께하고 있지만,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광화문 인근에서 ‘해머링 맨’은 유독 그곳을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국의 조각가 조나단 브로프스키가 만든 길이 22m 무게 50톤의 조형물.

거대한 노동자는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오직 주중에만 35초에 한 번씩 망치질한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일대에서 해머링 맨의 모습은 유독 ‘나 자신’이 투영되곤 한다.

[사진=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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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함과 동질감은 뒤로하고 ‘해머링 맨’이 있는 흥국생명빌딩 지하는 사실 꽤 재미있는 공간이다. 나만 알았으면 하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그렇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예술 영화 극장과 볼만한 전시물, 한적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어 대학생 때부터 일부러 찾곤 했다.

바쁜 일상과 팬데믹으로 몇 년 만에 이곳을 찾았다. 입구 앞으로 상영 중인 영화와 음식점들이 소개돼 있다. 비슷한듯 미묘하게 바뀌어 있는 모습이다.

흥국생명빌딩 지하는 정문을 통해도 되지만 건물 뒤편을 이용하면 바로 지하로 갈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정원 같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부터가 흥국생명빌딩 내 예술 작품 전시의 시작이다. 나무와 분수 사이로 무심한 듯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뽐내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져 있는 것이 오히려 멋스럽다.

[사진=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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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내려가는 공간은 펜데믹 이후 또 한번 세련되게 바뀐 모습이다. 영화관과 함께 반대편으로 네온사인으로 감각적인 바닥 인테리어와 함께 레스토랑도 전보다 많아진 모습이다

이 공간을 찾은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지하에 있는 ‘씨네큐브’였다. 2000년 개관한 이곳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이다.

국내외 실험적인 영화들도 감상할 수 있는데, 혼자 또는 둘이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면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관은 2관으로 운영되지만 각 상영관의 크기는 무대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꽤 큰 편이고, 20년이 지났지만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사진=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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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날은 대학생들이 찍은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해 볼 수 있는 작은 영화제가 진행되어 인파가 제법 몰렸다. 무료 관람 행사라는 말에 쓱 한번 둘러보니 참신하고 실험적인 것이 흥미롭다.

영화관을 나오니 반대편의 식당들이 눈에 띈다. 과거와 달리 종류도 많아지고 젊은 감각이 더해진 모습이다. 티시스에서 운영하는 네 개의 레스토랑으로 각각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여러 니즈를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엘꾸비또 [사진=이채현 기자]
엘꾸비또 [사진=이채현 기자]
엘꾸비또 [사진=이채현 기자]
엘꾸비또 [사진=이채현 기자]

스페인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엘꾸비또’는 특별한 날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씨네큐브’ 영화관의 ‘큐브’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고급스러우면서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가 있어 와인과 함께 다양한 목적의 모임으로 이용하기도 좋다.

전문 쉐프의 연구 끝에 만들어진 메뉴는 제철 식자재를 사용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도록 변형됐다. ‘이베리코 프레사’, ‘이베리코 하몽’, ‘먹물 빠에야’ 등이 시그니처 메뉴로 인기 있으며 무사카나 꿀대구 등도 스페셜 메뉴로 맛볼 수 있다.

버거링 [사진=이채현 기자]
버거링 [사진=이채현 기자]
버거링 [사진=이채현 기자]
버거링 [사진=이채현 기자]

엘꾸비또 옆으로 위치한 버거링맨은 수제버거로 가벼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버터풍미 가득한 부드러운 브리오쉬 번과 함께 당일 만드는 100% 소고기 수제패티가 인상적이다.

오징어 먹물을 넣어 쫄깃한 맛이 두드러지는 치킨버거는 두툼하고 튼실한 허벅지살이 그대로 들어가 보는 것 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이 든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햄버거를 입에 물면 육즙이 입안 가득 터진다. 3시까지는 세트메뉴도 판매하고 있어 가성비있는 금액에 퀄리티 좋은 수제버거를 즐길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메밀영글’이 있다. ‘메밀영글’은 강원도 봉평에서 온 메밀가루로 자가제면해 만들어낸 메밀국수 전문점이다.

​메밀영글 [사진=이채현 기자]​
​메밀영글 [사진=이채현 기자]​

정갈한 분위기의 실내와 맞게 깔끔하고 건강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메일국수 외에도 수제 메일전병, 감자전, 바싹 불고기 등도 함께 선보이고 있어 혼밥으로도, 간단하게 반주 한잔 하기도 좋다. 흥국생명 직원의 경우 할인도 받을 수 있어 회식 자리로도 애용되는 곳이라고.

카페큐브는 식사 후 또는 영화 시작 전 커피한잔 즐기기 좋은 곳이다. 대한민국 1호 커피 감별사가 로스탕한 원두를 사용한 기본에 충실한 카페로 매일 아침 구워내는 수제 베이커리를 함께 곁들이기 좋다.

영화 관람과 식사 후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건물 내부를 구경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마치 미술관처럼 곳곳에 다양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예술작품에 관심있다면 그대로 3층까지 올라가면 세화 미술관도 관람해볼 수 있다.

​세화미술관 [사진=이채현 기자]​
​세화미술관 [사진=이채현 기자]​
​세화미술관 [사진=이채현 기자]​
​세화미술관 [사진=이채현 기자]​

세화 미술관은 일상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도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고 다채로운 예술을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며 국내외 작가 교류전, 신진작가 및 창작 지원전과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을 통해 국내외 동시대 문화예술 향유를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논알고리즘 챌린지’는 매일 도슨트도 운영하고 있어 색다르고 깊은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전시까지 구경하고 미술관 내 카페에 잠시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니 해머링 맨과 함께 창 위로 작품 소개가 눈에 띄었다. 새삼 해머링 맨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일상도 기분전환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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