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주택시장 전망, 수도권은 부담·지방은 한계...엇갈린 흐름 예측
준공 절벽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만든 미세한 온도차...공급 사이클의 뒤늦은 영향까지 겹쳐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2026년 주택시장은 회복의 신호와 제약 요인이 교차하며 지역별로 다른 얼굴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 저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 변화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공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은 공급 감소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거래 회복 기류가 겹치며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가 유지되고,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제한적인 반등세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가장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곳은 수도권이다.
서울의 경우 이미 전고점의 99%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은 단순한 심리적 기대감만이 아니다.
3기 신도시 공급 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비사업 역시 여러 규제 환경 속에서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당분간 새집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실수요·대기수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여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장 전반의 유동성 기대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거래량이 바닥에서 점진적으로 살아나는 흐름과 맞물려 가격 상승 요인이 완만하게 강화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은 PF 부담으로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점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지방 시장은 안팎의 여건이 수도권만큼 단단하지 않다.
인구 이동이 줄고 수요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지역별 일자리나 산업 구조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해 가격 조정 압력이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으며, 이 때문에 시장 기대치 자체가 보수적으로 형성돼 있다.
거래 회복 속도도 빠르지 않은 만큼, 2026년 가격 흐름은 지역별로 보합권에 머물거나 많아야 1% 하락 수준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힘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은 완만하게 뒤처지는 양극화 흐름이 한층 선명해지는 구조다.
전세시장도 흐름은 비슷하다.
전세대출 규제와 계약 갱신 증가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이 줄면서, 이미 2025년부터 형성된 ‘전세 품귀’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월세 수요는 점점 더 늘고 있고, 임대 공급자들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월세 비중을 높이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시장 구조는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실수요의 부담 전가로 이어지며, 전세가격의 하방 압력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착공과 준공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착공이 준공으로 이어지기까지 평균 3년 안팎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2021년 시장 과열기에 집중됐던 착공 물량이 2024년 준공 정점으로 반영된 이후, 2022~2023년 침체기에 급격히 줄어든 착공 실적이 2025년 이후 준공 급감으로 나타나는 시간표는 이미 예견된 흐름이다.
2026년 착공은 35만3000호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6% 늘어 회복 기류를 보이지만, 준공은 29만3000호로 2025년 대비 25% 가까이 줄어 공급의 체감 폭은 시장이 피부로 느낄 만큼 커질 전망이다.
공급 사이클이 뒤늦게 시장에 반영되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새 아파트 부족’에 대한 체감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하면 2026년 전국 주택가격은 수도권 2~3% 상승, 지방 1% 하락 또는 보합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가 대규모 공급 계획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결국 사업 속도와 부지 확보 방식에 달려 있어 단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시장의 체력과 구조가 이미 수도권과 지방으로 갈라져 있는 만큼, 동일한 정책임에도 지역별 결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26년의 주택시장은 ‘회복하되 불균형한 시장’, ‘공급은 줄고 수요는 지역별로 갈리는 시장’, ‘전세는 줄고 월세는 더 늘어나는 시장’이란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으로 상승이든 조정이든 그 속도와 체감은 지역별로 다르게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