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더 이상 예전의 시장이 아니다”...구조의 변화 시작됐다

2011~2024년 폐업 최대·60대 비중 37%·온라인 전환 속도 격차 뚜렷

2025-11-24     김수빈 기자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쌓여있는 업소용 중고 주방물품. [사진 = 뉴스1]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자영업 시장이 과거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기 침체나 일시적 충격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인구·소비·산업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24일 국회미래연구원이 공개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구조 전환기’로 규정해 정책 접근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영업 규모 축소는 이미 10여 년 이상 이어진 흐름이지만, 최근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감소를 넘어 누가 시장에 들어오고, 누가 빠져나가는지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자영업(개인사업자) 창업 및 폐업 추이. [사진= 국회미래연구원이 공개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 발췌]

자영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반대로 30~40대는 꾸준히 줄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09년 22%에서 2024년 37%로 15%p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 비중은 29%에서 18.5%로, 50대는 36.6%에서 22.9%로 감소했다.

신규 창업자의 중심이었던 30~40대가 줄고, 은퇴 이후 생계형 진입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연령대가 고령층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폐업에서도 고령층이 두드러진다. 60대 폐업자 비중은 2011년 8.9%에서 2024년 16.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높아지면서 은퇴 뒤 자영업으로 향하는 흐름이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시장 내 경쟁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연령 구조 변화는 자연스럽게 업종별 지형에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도매업의 60세 이상 비중은 2017년 15.6%에서 2025년 29.9%로 급증했고, 숙박업은 같은 기간 40.5%에서 44.5%로 높아지는 등 특정 업종에서 고령화가 집중되면서 시장의 위험 요인도 그만큼 높아졌다.

반면 소매업이나 음식업처럼 비교적 젊은 창업자의 진입이 유지되는 분야에서도 50대 이상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업종 간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동일하다. 자영업 전반이 고령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별 경제활동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 [사진= 국회미래연구원이 공개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 발췌]

이러한 구조 변화는 시장 활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 지원과 내수 증가로 일시적으로 창업이 늘었지만, 이후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폐업 증가 속도는 더 빨랐고,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자영업 생태계가 가진 구조적 압력이 드러났다.

특히 음식업처럼 진입장벽이 낮고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은 업종은 중위권 매출층이 줄어드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 구조가 양극화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전에는 ‘많이 열리고 많이 닫히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닫히는 속도가 더 빠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시장 재편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9년 136.6조 원에서 2024년 259.4조 원으로 증가하며 5년간 연평균 13.7% 성장했다.

이 중 모바일쇼핑 비중은 64.0%에서 76.5%로 확대됐다. 디지털 적응도는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음식·주점업 기준 20~30대의 디지털 도입률이 40% 수준인 반면 60대 이상은 8.1% 이하로 나타났고, 플랫폼 도입 사업자의 매출이 비도입 대비 1.85~2.98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역량 차이가 매출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자영업자가 받는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시장 내 비용 구조도 변화의 압력을 증폭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 추이. [사진= 국회미래연구원이 공개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 발췌]

이 외에도 인건비와 임차료, 식재료비 등 고정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자영업자 부채는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취약층의 연체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14년 372조 원에서 2025년 1분기 1068조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연체율은 같은 기간 0.87%에서 1.88%로 상승했다. 특히 비은행권 연체율은 3.92%로 은행권(0.53%)의 약 7배에 달해 취약층 위험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업 환경 악화와 금융 리스크가 결합하면서 자영업 생태계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인구 변화가 시장의 기본 틀을 바꾸고, 소비 채널 전환이 수익 구조를 재편하며, 비용 상승과 부채 확대가 영세 사업체를 압박하는 구조가 동시에 진행돼 고령층의 높은 유입과 낮은 생존율이 반복되며 자영업 구조의 불안정성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자영업 시장은 경기 변동보다 구조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며 “고령층 중심 진입, 디지털 경쟁 격차, 비용 부담 확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존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도 창업 지원을 반복하기보다, 업종 전환·재취업·디지털 역량 강화처럼 구조 대응 중심으로 이동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