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생보사 회계 관련 '신중론'...이찬진 '원칙론' 엇박자
“심도 있는 논의” 속도조절론…특사경 요구에도 "신중해야"
[아시아에이=김충현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생명보험사 회계처리의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금융감독원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특별사법경찰 확대 주장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여, 향후 양 기관의 조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보사 회계처리에 대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 의견이 있으니 충분히 수렴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계기준의 원칙에 맞춰 (회계처리를) 정비한다는 것엔 당연히 동의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명백히 '속도조절론'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발언은 금감원이 앞서 밝힌 강경한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일탈회계 관련 부분은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내부 조율이 끝났다"며, 원칙적인 대응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이 '원칙 준수'를 강조해 온 만큼, 양 기관 간 접근 방식의 차이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운데 금융위는 금감원과 별도로 생보사의 일탈회계 관련 간담회까지 추진 중이다. 이 위원장은 "실무자가 비공개로 여러 의견을 듣는 건 자연스러운 업무"라면서 "의견이나 상황 파악 자체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 따지는 건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사경 확대 요구 사안에 있어서도 두 기관은 엇갈렸다.
이찬진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인지수사권 없는 특사경에 대해 "절름발이"라고 칭하고 수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이억원 위원장은 "특사경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역할과 범위 등을 관련기관과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생보사 회계처리와 특사경 권한 확대를 둘러싼 향후 정책 조율 과정에서 두 기관의 의견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위원장이 "(금감원과) 원팀 기조는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지만, 공개석상에서 금감원과 엇박자를 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들의 입장이 엇갈리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메시지가 한쪽으로 정리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