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패권] ② ‘희토류는 무기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
[아시아에이=이범석 기자] 희토류는 단순한 금속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산업문명의 혈관 속을 흐르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에너지다.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미사일, 항공엔진, 심지어 위성통신까지, 첨단산업의 거의 모든 부품 속에는 희토류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 희토류의 90% 이상이 중국의 손을 거쳐 세상으로 흘러나온다.
한 나라가 특정 자원을 독점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무기’다. 중국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고, 그 이후 30년 동안 자원을 외교·안보의 도구로 바꿔왔다.
덩샤오핑이 1992년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했을 때, 세계는 그저 수사적 발언으로 들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 문장을 정책으로 전환했다. ‘희토류는 중국의 석유’라는 인식 아래, 자원개발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핵심축이 되었다.
이후 중국은 희토류 산업을 완전한 통제체계 아래 두었다. 채굴, 정련, 합금화, 자석제조, 수출까지 전 단계를 중앙정부가 승인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동시에 외교·안보 상황에 따라 수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마련했다. 즉, 희토류는 시장재가 아닌 일종의 정치재(Political Commodity)가 된 것이다.
이 전략이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 바로 2010년의 일본 수출 중단 사태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일본이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은 즉시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일본으로 향하던 선적은 모두 멈췄고, 불과 며칠 만에 도요타, 소니, 히타치의 공장들이 멈춰 섰다.
일본은 WTO에 제소했지만, 이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때부터 세계는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 ‘Resource Weaponization’이라는 개념이 국제정치의 키워드가 되었다.
중국은 이후 이 전략을 제도화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수백 개에 달하던 희토류 관련 기업을 6대 국유그룹으로 통합했다. 바오터우스틸, 차이나남방희토, 차이나북방희토 등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들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산업 팔’이었다. 중앙정부는 이들을 통해 생산량과 수출량을 직접 통제했고, 희토류 산업을 사실상 준군사적 체계로 운영했다. 채굴권·수출쿼터·가격결정권을 모두 중앙정부가 쥐게 되면서, 희토류는 ‘국가가 조작할 수 있는 자원시장’으로 바뀌었다.
이 시기부터 중국의 희토류는 외교와 안보의 연장선에 놓이게 된다. 미국이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을 압박할 때마다, 중국은 희토류 카드로 응수했다. “희토류 공급이 줄면, 당신들의 산업이 멈춘다”는 암묵적 메시지였다.
실제로 2020년대 초, 미국이 반도체 수출제한을 강화하자 중국은 곧바로 희토류 수출면허제를 강화했다. 수출 대상국의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군사적 용도가 의심되는 기업에는 공급을 제한했다. 더 나아가 갈륨(gallium)과 게르마늄(germanium) 등 반도체용 금속의 수출까지 제한하면서 사실상 기술전쟁의 역공(逆攻)을 펼쳤다.
이 조치의 파급력은 즉각적이었다. 유럽의 풍력터빈 산업은 고성능 자석 부족으로 생산 일정이 지연됐고, 독일과 덴마크의 일부 공장은 부품을 확보하지 못해 가동을 멈췄다.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생산비가 급등했고,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희토류 확보를 위해 비축분을 방출해야 했다. 전 세계 주요 산업이 중국의 정책 하나에 휘둘리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 전략은 중국에 엄청난 협상력을 안겨주었다. 희토류 가격이 오르면 중국의 수출수익이 증가하고, 특정 국가에 압박을 가할 때는 공급을 줄여 산업적 타격을 가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미국·유럽·일본이 ‘탈(脫)중국 공급망’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호주의 리넷(Lynas)과 손잡고 텍사스에 희토류 정련공장을 건설 중이며, 일본은 인도·베트남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유럽연합은 2023년 「Critical Raw Materials Act」를 제정해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지정하고, 회원국 간 비축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서방의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한계는 명확하다. 희토류 산업의 핵심은 채굴이 아니라 정련·분리 기술이다. 중국은 이미 이 전 과정을 내재화했다. 바오터우와 간저우의 공장에서는 채굴된 원광이 분리·정련·합금화·자석 생산까지 한 도시 안에서 처리된다.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낮은 인건비와 정부보조금으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했다. 반면 서방국가들은 환경·노동 기준이 엄격하고, 분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폐수를 처리하기 어려워 생산단가가 3배 이상 높다.
결국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은 단순한 ‘생산국’이 아니라 ‘통제국’이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중국이 통제하고, 공급 타이밍과 수출경로를 조절함으로써 국제산업의 리듬을 바꾼다. 이는 ‘경제안보 시대의 새로운 패권 모델’이다. 무력 대신 자원을, 군사 대신 산업을 이용해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패권은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상대국의 생산라인을 멈추게 한다.
중국은 희토류를 통해 산업을 통제하고, 산업을 통해 외교를 조정하며, 외교를 통해 전략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자원을 ‘지렛대(Leverage)’로 만든 국가, 그것이 바로 오늘의 중국이다. 세계가 기술과 자본으로 경쟁할 때, 중국은 물질 그 자체로 경쟁을 지배하고 있다. 희토류는 더 이상 흙 속의 금속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의 숨줄이자, 21세기 패권의 핵심 도구다.
이제 세계는 깨닫는다. “총 대신 자원으로 싸우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중국의 희토류 정책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경제전쟁의 새로운 형태이며, 글로벌 질서의 교묘한 재편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이미 총성이 없는 상태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