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쌓나" 거침없는 금감원장 발언에 금융권 '촉각 곤두세워'

금융지주 인사 지적·금고 통폐합 발언·현안 개입 선언까지

2025-11-06     김충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아시아에이=김충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강도 높은 발언으로 금융권을 압박한 데 이어, 민원 현안에도 직접 개입 의사를 밝히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초 "시장을 불안하지 않겠다"던 이 원장은 예측불허의 광폭행보로 금융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8월 금감원장 취임 직후 “시장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만한 액션들을 하지 않겠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이내 현실이 됐다. 이 원장은 보험사 CEO들과 첫 대면에서 "불건전 영업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삼성생명의 계열사 회계처리 논란에 대해서도 "원칙에 맞게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첫 국감에서도 금융지주 회장 선임작업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자기 사람으로 '참호'를 구축하는 모습이 보인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상호금융 감독체계에 관련 질의에서는 "새마을금고는 굉장히 문제가 많다"며 "조직의 3분의 1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권 내 첨예한 사안들에 직접 개입 의사를 밝혔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사안과 관련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충현 기자]

최근에도 이 원장은 민원인을 직접 마주하고 벨기에 펀드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과 관련해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권 내부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에 당국의 수장이 개입을 선언하자 금융권이 한층 더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의 거침없는 행보 속에 금감원은 롯데손해보험의 경영실태평가에서 자본적정성 부문을 '4등급'으로 평가해 반발에 직면했다. 이에 롯데손보는 "비계량평가에 4등급을 부여한 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당국과 충돌했다. 금융사가 당국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자 시장에서는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권은 이 원장의 행보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수장으로 발언에 더 신중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