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25] 이창용 한은 총재 "부동산 유동성 공급 않겠다"…통화정책 신중론 시사
이 총재 "부동산 재과열 조짐, 유동성 공급으로 불 지피지 않을 것" 한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통화주권·금융안정 고려해야"
[아시아에이=김호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부동산시장 과열, 기준금리 방향, 외환보유 운용,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한국은행이 직면한 주요 현안들이 한꺼번에 도마에 올랐다.
이 총재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최근 부동산, 환율, 경기 등 여러 지표가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한 가지 변수만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통위를 앞둔 '묵언 기간'임을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국감에서는 외환보유자산 운용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한국은행이 지난 10년 동안 금(黃金)을 단 한 번도 매입하지 않았다"며 "달러 자산 편중에서 벗어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외환보유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금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여전히 달러 중심의 자산 운용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시장 안정과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국감에서는 디지털자산 시대를 맞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도화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의 기능을 대신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의원들 역시 디지털자산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