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금산분리 CVC 완화...금융권은 ‘신중’ 모드
“정부 방향성 지켜보겠다” “금융 영역 아냐”
[아시아에이=김충현 기자] 정부가 잇따라 금산분리 완화, 특히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방향성을 지켜보겠다”, “금산분리는 아직 금융의 영역이 아니다” 등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1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14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15일)이 잇따라 관련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정부는 우선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CVC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VC의 외부 자금 조달 한도를 40%에서 50%로, 해외 투자 비중을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실 금산분리 완화 논의는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다. 당시 한 금융지주회사는 규제 완화를 전제로 상조업계 상위 업체 인수를 추진했으나, 완화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는 금융권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CVC를 금산분리로 묶어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전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지난 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규제는 금산분리 완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식 발언과는 달리,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는 여전히 신중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정책’ 기조에 발맞춰 가는 단계”라며 “금산분리 완화 방향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어, 입장을 밝히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조금 더 거리를 두는 시각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CVC는 산업 영역의 사안이지, 금융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금융과 산업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