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아닌 전환의 문턱에 선 한국경제...‘저성장 체질화’ 가속
성장률 1.9% 반등에도 잠재력은 1.8%로 20년 내 최저...내수 의존·수출 둔화 병존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2026년 한국경제는 1.9% 성장으로 반등하지만, 회복이라기보다 체질 전환의 초입에 서 있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공개한 ‘2026년 경제전망(2025~2029)’보고서에 따르면 내수는 살아나지만 수출 둔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이 맞물리며, 경기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번 전망에서 NABO는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내수는 회복 흐름을 이어간다.
정부소비는 전년 대비 2.7%, 민간소비는 1.7% 증가가 예상된다. 중앙정부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으로 전년 대비 8.1% 확대된다. 재정 지출이 경기의 주요 버팀목 역할을 하며, 가계 실질소득 개선과 지방재정 투자 확대가 내수를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수출은 2.1% 증가에 그치며, 교역 환경 악화가 성장세를 제약할 전망이다. 세계 교역 둔화와 주요국 보호무역 강화, 중국 경기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NABO는 “반도체 중심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품목 편중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순수출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는 건설과 서비스업의 회복이 돋보인다. 건설업은 2025년 –7.2%에서 2026년 0.6%로 전환된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공공주택 사업 재개,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영향을 미친다. 서비스업은 2.0% 성장하며, 의료·복지·운수 등 내수 기반 업종이 견인한다. 반면 제조업은 1.5% 성장에 그쳐 2025년(2.3%)보다 둔화된다. 반도체는 호조를 보이나 철강·화학 등 전통 산업은 구조조정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시장도 수치상 개선세를 보이지만, 구조적 제약은 여전하다. 취업자는 16만 명(0.6%) 늘고 실업률은 2.9%로 안정되지만, 증가분의 상당수가 공공 및 복지 일자리다. 민간 부문의 고용창출력은 여전히 약하고, 명목임금(3.2%) 상승에도 실질임금 개선폭은 물가(1.9%)를 감안하면 제한적이다.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목표치(2%) 수준을 유지하며, 원유 가격 하락과 농축산물 가격 안정이 주요 요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4%, 회사채(AA–) 금리는 2.8%로 예상돼 완화적 금융 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NABO는 “저금리 기조는 경기 대응의 일환이지만, 투자 촉진보다는 둔화 완충 효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2026년 잠재성장률은 1.8%로 전년(1.9%) 대비 하락했다.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0.1%p, 자본은 0.8%p, 총요소생산성은 1.2%p에 그쳤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투자 부진이 동시 진행되면서, 경제의 ‘체력 약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NABO는 향후 5년(2025~2029년) 동안 실질 GDP가 연평균 1.8%, 명목 GDP가 3.7%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 투입 감소,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의 성장 한계,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 속 내수 중심 성장세는 단기적으로 경기 하방을 방어하겠지만,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재정에 의존한 경기 부양이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약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