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렌딩 서비스 논란] ③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실효성 의문 증폭

금융당국, 신규 대여 서비스 중단 권고…법적 구속력은 없어 빗썸, 레버리지 4배 → 2배 조정하며 부분 수용에 그쳐 행정지도 한계 드러나며 투자자 보호 효과 ‘미지수’ 경쟁 거래소 신중한 행보와 대비되는 빗썸의 공격적 전략 제도적 공백 속 규제 실효성 논란, 법제화 필요성 대두

2025-09-25     최지연 기자

[아시아에이=최지연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렌딩플러스(Lending Plus)’ 서비스는 출시 직후부터 고위험 구조에 대한 논란을 낳았고, 결국 금융당국이 긴급히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19일, 업계 협회인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회(DAXA)를 통해 회원 거래소들에게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까지 신규 상품 출시를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투자자 피해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 스스로 확인한 결과였다.

실제로 금융당국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렌딩플러스 이용자 약 2만7천여 명 중 약 13%가 강제 청산을 경험했다. 수천 명 규모의 피해자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뒤늦게 나온 대응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행정지도의 성격이 어디까지나 ‘권고’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만큼 거래소는 이를 의무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없었고, 빗썸은 그 허점을 활용했다. 빗썸은 신규 서비스 출시 자체를 중단하지 않고, 기존 상품의 레버리지를 4배에서 2배로 낮추는 부분적 조정에 나섰다.

자료정리=아시아에이

즉, 형식적으로는 당국의 지적을 수용하는 듯 보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서비스를 계속 이어간 것이다. 이후 9월 24일에는 다시 공지를 통해 대여 한도를 기존 200%에서 85%로 줄였지만, 이 역시 서비스 중단이 아닌 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여전히 고위험 구조에 노출돼 있었고, 금융당국의 권고는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행정지도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시장은 오히려 과열됐다. 빗썸이 8월 초 렌딩플러스를 재개하자, 불과 사흘 만에 1,791억 원 규모의 대여가 성사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당국의 경고와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단기 수익을 노리고 레버리지 투자에 몰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규제 논란이 투자자 심리를 자극해 ‘지금 들어가야 한다’는 조급함을 불러온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만큼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심리가 고위험·고수익 구조에 깊게 물들어 있다는 의미다.

경쟁 거래소들의 대응은 빗썸과 확연히 달랐다. 업비트는 8월 19일, 당국의 행정지도가 발표되자마자 신규 및 추가 대여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코인원 역시 9월에 담보 비율, 한도 규정 등을 대폭 수정하며 자사 정책을 정비했다. 이는 당국의 권고를 최소한으로만 수용한 빗썸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점유율 확대라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고위험 상품을 밀어붙이는 동안, 다른 거래소는 장기적인 신뢰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결국 당국의 규제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각 거래소가 각자의 계산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는 이번 사태에서 제도적 공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자본시장에서는 신용융자나 파생상품 거래가 법률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투자자 적합성 평가, 사전 교육, 한도 설정 같은 안전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대여·레버리지 상품에 대해서는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조차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실질적 제재 수단이 없고, 거래소의 자율적인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구조적 한계는 빗썸이 형식적으로만 권고를 수용하면서 사실상 서비스를 유지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투자자 피해가 명확히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권고라는 간접 수단에 그치면서 시장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한 금융법 전문가는 “행정지도는 거래소가 최소한의 조정만 해도 형식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피해 예방 효과가 사실상 없다”며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는 투자자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강력한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거래소는 수익성을, 투자자는 단기 수익을, 당국은 사후 대응을 택하는 구조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된다.

빗썸이 4배에서 2배, 다시 85%로 레버리지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과 같은 수준의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는 한, 제2, 제3의 피해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이번 빗썸 렌딩플러스 논란은 단순히 한 거래소의 공격적 행보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한계, 규제 공백, 거래소 간 대응 차이, 투자자들의 고위험 선호까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투자자 보호가 선언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이고 강제력 있는 규제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