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 은행 대출 대체 넘어 자본시장 축으로...국내 제도화 속도

글로벌 대체신용 시장 급성장, 사모펀드·보험사 자금 유입 확대...국내 BDC 도입 논의 본격화

2025-09-18     김수빈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스1]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사모신용(Private Credit)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공모 회사채의 경계를 벗어나 비은행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펀드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가 새로운 자본시장 축으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16일 한국신용평가가 공개한 '사모신용-글로벌 동향 및 국내 Credit Market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성장과 함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며 시장 확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모신용은 양자간 계약이나 소규모 클럽딜 형태로 이뤄지는 비은행 기업여신을 뜻한다. 가장 흔한 운용 수단은 폐쇄형 펀드이며, 미국에서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와 미들마켓 CLO가 주요 비중을 차지한다.

거래는 차주의 상황에 맞춘 맞춤형 구조로 설계되며, 상환 일정이나 담보 조건, PIK, Equity Kicker 등 다양한 조건 설정이 가능하다. 빠른 자금 조달과 기밀 유지가 장점인 반면, 400~700bp의 높은 가산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는 B등급 이하 중견기업이 주요 이용자였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사모신용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모신용의 미국 내 잠재시장 분석.[사진 =한국신용평가가 공개한 '사모신용-글로벌 동향 및 국내 Credit Market 시사점' 보고서 발췌]

이 같은 성장은 은행권의 기업여신 위축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통폐합과 자본규제 강화, '도드-프랭크법' 시행 등으로 은행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착화되면서 중견기업 대출 공백이 생겼다.

이 틈새를 사모신용이 빠르게 채운 것이다. 저금리 환경은 촉매 역할을 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으로 연기금·보험사 자금을 끌어들이며 시장 외연을 넓혔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사모신용을 공급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사모펀드와 사모신용은 동반 성장의 고리를 형성했다.

최근에는 보험사의 적극적 진입이 눈에 띈다. 아폴로의 Athene 인수, KKR의 Global Atlantic 인수처럼 대형 PEF 운용사가 보험사를 계열화해 장기 자금을 흡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보험사는 은행 대비 낮은 자기자본 규제 부담을 활용해 사모신용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잠재력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대출펀드 운용이 허용되면서 다수의 PEF(사모펀드) 운용사가 크레딧 펀드를 출시했고,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BDC 제도화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리테일 자금까지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사모신용은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대체 금융 수단이자, 제도화 과정을 거쳐 자본시장과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자금조달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신용은 단순한 틈새 금융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 판도를 바꾸는 힘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은행과 경쟁하면서도 공동 딜 구조나 자산 판매 채널에서는 협력하고, 보험사·연기금 자금까지 흡수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안전하고 투명한 사모신용 시장의 정착 여부가 국내 크레딧 마켓의 새로운 성장 축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