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조 속 ‘성장 둔화·가계부채’ 두 마리 토끼 고민
물가 안정세 속 경기 하방 리스크 대응...주택시장·외환시장 불확실성 여전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한국은행이 2025년 9월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가 12일 공개됐다. 공개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성장세 둔화와 금융안정 리스크 사이에서 통화정책의 미묘한 균형점을 드러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로 역성장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0.7%로 반등하며 저점 통과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같은 기간 –3.1%, –1.2% 감소하며 침체를 지속했고, 수출 역시 IT를 제외한 비IT 부문 부진이 이어졌다
물가 측면에서는 안정세가 확인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년 2.8%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 연간 전망치는 2.0%로 제시됐다
기대인플레이션도 5월 이후 2%대 중반으로 낮아지며 목표(2%) 근처에서 안착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향후에도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도 낮은 수요 압력과 유가 안정으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융안정이다. 2분기 수도권 주택가격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가계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6월 27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시행 이후 7월부터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추세적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점검이 필요하다”며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재연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이런 여건 속에서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한 뒤, 7·8월에는 동결하며 상황을 관망했다
성장률 하방 위험이 큰 만큼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환율 변동성, 주택시장, 가계부채 추이를 면밀히 살펴 추가 인하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가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무역갈등 완화로 130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왔지만, 보고서는 “환율 변동성 재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물가 안정 속 경기 둔화’라는 전통적 통화정책 고민에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누증’이라는 한국 특유의 리스크가 결합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내수 부진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1.25%에서 1.00%로 낮추고,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운용기한을 2026년 1월로 연장하는 등 정책적 보완책도 내놨다
보고서는 “향후 성장세 점검과 함께 물가를 목표수준 내외에서 안정시키고 금융안정에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대외 리스크와 주택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