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격 안정엔 턱없이 부족한 이재명 정부 첫 주택 공급 정책
계획 대비 실현 저조한 과거 사례 반복 가능성 LH 재정 부담 해결해 공급 중단 사태 막아야 공공임대·장기임대 부족, 주거 취약계층 배려 미흡
[아시아에이=최지연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첫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수도권에 향후 5년간 135만 가구, 연간 27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점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본질적 과제에도, 주택의 공공성 확보라는 사회적 책무에도 실효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먼저, 공급 목표 달성이 불확실한 만큼 가격 안정 효과도 제한적이다. 과거 정부들은 수십만 가구 단위의 공급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제 착공 실적은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모두 발표 당시에는 수십만 가구 규모를 내세웠으나, 계획 대비 착공률은 60~70%에 그쳤다. 건설 인력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민간 건설사의 참여 위축 같은 구조적 제약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에 제시된 연간 27만 가구 목표가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공허한 약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한, LH 직접 시행 방안은 공급 일정을 단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LH의 재정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급 속도는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미 LH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대규모 신규 택지 개발을 떠맡을 경우 장기적 재정 불안이 불가피하다. 이는 오히려 공급 차질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또한, 주택의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이번 대책은 매우 부족하다. 정부는 단순히 ‘몇 만 가구를 짓겠다’는 수치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공급 주택이 실제로 어떤 계층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갈지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다. 주거 안정은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라, 서민·청년·신혼부부·고령층 같은 주거 취약계층에게 적정 가격에 공급되는 구조가 보장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장기임대 물량 비중 강화, 분양가 상한제 보완 같은 핵심 장치가 빠져 있다. 이 상태라면 새로 지어지는 주택 상당수가 결국 고가 분양으로 전환돼, 실수요자 보호보다는 시장 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이와 함께, 금융·세제 정책과 맞물린 종합 대책이 빠져 있다. 현재 고금리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은 자금 조달 여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공급만 늘린다고 가격 안정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단기적 공급 확대 신호가 투기적 기대심리를 자극해,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주택시장 안정은 공급 확대와 동시에 △분양가의 합리적 조정 △세제 개편을 통한 실수요자 부담 완화 △투기적 수요 차단 정책이 함께 가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양적 공급 확대’라는 단일한 해법에 매몰되어 이러한 다층적 접근을 전혀 담지 못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양적 확대라는 전시성 수치에 치중한 나머지, 주택 가격 안정과 공공성 확보라는 근본적 과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집값 안정은 단순히 공급 물량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가격에, 어떤 조건으로 주택이 돌아가느냐의 문제다. 공공임대 확대, 장기임대 비중 확대, 분양가 규제 강화 등 같은 정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135만 가구 공급 계획은 또다시 종이 위의 숫자로만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