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레트로카페 '리멤버'서 인터뷰
"구독자와 소통하며 같이 오래오래 가고 싶어"

지난달 29일 의정부 근처 레트로카페 리멤버에서 만난 유튜버 각종아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민수 기자]
지난달 29일 의정부 근처 레트로카페 리멤버에서 만난 유튜버 각종아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민수 기자]

[아시아에이=이조은 기자] “레트로란 저한테 타임머신 같은 거예요. 이 물건을 만졌을 때 나도 모르게 그때 당시 느낌이 확 오는 거죠. 11월부터 채널명을 레트로 각종아재로 다시 정했어요. 구독자와 소통하며 같이 오래오래 가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의정부 신한대 부근. 길가에 레트로카페 ‘리멤버’ 전광판이 밝게 빛난다. 리멤버 카페는 게이머들에게 레트로 게임 성지라고 불릴 만큼 각양각색 레트로 게임뿐만 아니라 구하기 힘든 한정판 게임까지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최근 레트로카페 리멤버에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독자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유튜버 각종아재. 유튜버를 하게 된 계기부터 게임과 관련한 일화, 향후 계획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요?

A. 제가 1997년도부터 게임을 사 모았어요. 워낙 많으니까 내가 어떤 게임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용도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그게 다른 콜렉터 분 영상에 나오면서 호응을 얻었죠.

게임두 채널 ‘쎄오가 간다!’ 콜렉터 영상이 특히 반응이 좋았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구독자가 몇 배로 늘어있고. 그러면서 유튜브를 계속하게 됐죠.

Q. 나에게 있어서 ‘게임’이란?

A. 저에게 게임은 ‘나눔’이에요. 게임을 왜 좋아하냐고 물으신다면 일 끝나고 집에 와서 편하게 할 수 있고, 옛날에 친구들과 같이 했던 기억도 나거든요.

그런데 게임은 둘이 하면 재밌고 셋이 하면 재밌잖아요. 그게 제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랑 같아요. 게임 얘기를 하면서 제가 가진 것을 공유하고 싶어요.

제가 가진 물건을 꼭 주지 않더라도, 새 게임을 뜯어서 보여주고 그러면서 구독자들도 기쁨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이 모든 게 나눔인 거죠.

레트로카페 리멤버에 현세대기 게임부터 레트로 게임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진열돼 있다. [사진=강민수 기자]
레트로카페 리멤버에 현세대기 게임부터 레트로 게임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진열돼 있다. [사진=강민수 기자]

Q. 게임을 모으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언제부터 게임을 모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사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1년 정도 해외를 나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 어머니께서 방 치운다고 게임 모아 놓은 걸 다 갖다 버리신 거예요. 지금으로 치면 1~2억 정도 넘는 물건이거든요. 예를 들어, 옛날에 제믹스 빨간 거 박스로 된 건 지금 150만원, 200만원 줘도 못 구하는 거예요. 패미컴 중에서도 지금 경매 나오면 거의 400~500만원 가까이 되는 것들도 있었어요.

결국 1997년도부터 새롭게 시작하자 해서 다시 모았죠. 이미 버린 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사건 때문에 더 강렬하게 집착하고 모았던 게 있는 거 같습니다.

Q. 그 중에서 제일 애착이 가는 게임, 비싼 게임이 있다면요?

A. 첫 번째는 ‘스노우 브라더스’가 제일 애착이 갑니다. 어렸을 때 오락실 가면 2인용으로 눈덩이 불려서 버블보블처럼 해치우는 게임 있어요. 그때 당시엔 돈 10만원도 안 했던 게임이 지금은 200만원 가까이 됐어요.

두 번째는 버블보블 올드앤뉴라고 휴대용 게임기로 나온 게 있어요. 그것도 좋아하는 게임인데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이 많이 올랐죠.

유튜버 각종아재 홈페이지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각종아재 홈페이지 [사진=유튜브 캡처]

Q. 게임 채널을 넘어서 더 확장하고픈 분야가 있다면요?

A. 전 레트로 문화 전반으로 더 확장해 보고 싶어요. 코로나 이전에 레트로 장터를 했는데 정말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오셨어요. 30~40대 분들만 절 좋아하시는 게 아니라 어린 꼬마 분들도 오시고, 60대 분들도 오셔서 잘 보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게 레트로가 줄 수 있는 문화, 어울림의 힘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레트로라고 해서 제 또래들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린 친구들도 나이든 분들도 만날 수 있는 그런 놀이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요즘 트렌드가 레트로가 다시 붐이잖아요. 게임업계도 옛날 게임들이 리뉴얼돼서 나오고 있어요. 최근 유행하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만 봐도 과거를 모르던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알던 사람들은 또 추억에 잠기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제가 게임 채널을 넘어서 레트로 문화를 알리면 좋겠습니다.

Q. 향후 유튜브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11월부터 채널명을 다시 ‘레트로 각종아재’로 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겜돌이 각종아재, 고독한 콜렉터 등 채널명을 조금씩 바꿨는데, 제가 제일 좋았던 순간이 언제였나 생각해 봤더니 처음에 했던 레트로 각종아재 때더라구요. 자꾸 변화를 주는 것보다 구독자들도 각종아재로 가장 많이 기억해 주시니까 초심을 다시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최근에 구독자분들 중에 콘텐츠가 왜 안 올라오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사실 제가 2년 6개월 동안 전업 유튜버를 했는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솔직히 금전적인 부분이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접은 게 아니라 오래 가고 싶어서 다시 직장을 다니게 됐어요.

주중엔 회사 다니면서 주말엔 레트로카페 ‘리멤버’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중에서도 시간 되시면 잠깐 물건 사러 오셔서 얘기도 나누고 있고요. 유튜브 라이브는 현재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진 않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조금 더 유튜브에 힘을 실을 생각입니다. 구독자들이 제게 얘기해 주시는 것처럼 건강도 챙기고 지치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각종아재님이 레트로카페 '리멤버'를 찾은 손님에게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각종아재님이 레트로카페 '리멤버'를 찾은 손님에게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이조은 기자]

Q. 레트로 카페 ‘리멤버’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레트로 게임샵이 전국에 많나요?

A. 개인적으로 레트로 문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여의도에 있던 레트로 창고도 문 닫았고, 레트롤링 명동 가게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거기도 코로나 때문에 1년 하다가 안 돼서 닫으시고. 저도 여기서 주말에 알바 하지만 이런 데가 많이 없습니다.

일본에 아키하바라 가면 이런 데 많은데. 국내에도 이런 곳이 많이 생겨서 옛날 추억하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있는 이 가게도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거리가 좀 멀어요. 그래도 오신 분들이 보고 즐기고 좀 있다가 가시는 그런 곳이 되면 좋겠어요.

특히 여긴 카페긴 하지만 무조건 오시는 분들이 커피를 먹어야 된다 이런 게 없어요. 그냥 오셔서 게임도 구경하시고. 굳이 커피를 먹어야지 게임을 사야지가 아니라 그냥 보고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맘에 드신 게 있으시면 사셔도 되고 그런 거죠.

Q. 유튜버 하시면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 있으시다면?

A. 나이가 어린 분부터 많은 분까지 절 만났을 때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 ‘항상 응원한다’ 이런 말 들을 때 열심히 할 힘이 나요. 그게 유튜브를 지속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현재 구독자 수는 2만 명 정도지만, 구독자 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독자 분들과 소통하고, 최선을 다 하면서 지치지 않고 오래 가고 싶습니다.

Q. 유튜버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전업 유튜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유튜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들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하기보단 자기만의 콘텐츠가 필요해요.

특히 전업 유튜버는 정말 신중해야 돼요. 잘 되는 유튜버만 보고, 엄청난 조회수가 나오는 콘텐츠만 봐선 안 돼요. 뒤에는 무수한 기획과 버려진 콘텐츠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그거 보고 똑같이 만들었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이런 생각으로는 어려우실 거예요.

레트로카페 '리멤버' 전경 [사진=이조은 기자]
레트로카페 '리멤버' 전경 [사진=이조은 기자]

※인터뷰에 응해주신 유튜버 레트로 각종아재님과 장소를 제공해주신 레트로카페 ‘리멤버’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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