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회식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야”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회식이 허용됐다. [사진=뉴스1]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회식이 허용됐다. [사진=뉴스1]

[아시아에이=이조은 기자] #. “100대 기업 임원이 주는 술을 안 받아?!” ...지난 5월 모 대기업 상무가 회식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한마디에 MZ세대인 A씨는 임원이 따라주는 술을 한 번도 거절하지 못했다. 평소에 술을 그렇게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지만 주는 술을 다 받아먹다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했다. 결국 회식 다음 날 아침 지독한 숙취에 의도하지 않았던 오전 반차를 써야만 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기업들이 하나둘씩 회식을 재개했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시국이 완화되고 모임이 허용되자 일부 기성세대는 반색을 표했지만, 갑자기 늘어난 회식 자리에 MZ세대 직장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회식 자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주요 기업은 최근 단체활동을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전달키도 했다.

MZ세대들이 다시 중단되고 있는 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회식에 반발하는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MZ세대가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비단 퇴근 이후의 시간을 침해 받아서만이 아니다. 그동안 고생해서 함께 일한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는 식사 자리라면 좋겠지만, ‘회식’이라는 명목하에 따라오는 갖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직장 회식문화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중복응답)에 따르면 회식이 불만인 이유는 △1위가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62.6% △상사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상황들 53.9% △개인시간에 대한 침해/방해 53.9% △2/3차로 이어지는 회식문화 45.7% △음주를 강요하는 분위기 40.7%로 나타났다.

MZ세대로 구성된 2030 젊은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 개인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보장받았던 MZ세대들이 근 3개월여간 갑작스럽게 늘어난 회식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엔데믹 블루’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식에 가면 자신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거나 결혼, 연애 등 개인사를 캐물으며 잔소리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시간에 차라리 집에 가서 쉬는 게 낫다”는 글이 게재됐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 자체가 ‘감정노동’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MZ세대들에게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생활에 대해 묻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이다.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개인마다 술의 기호가 다를 수 있고, 주량이 다를 수 있지만 상사가 술을 권유할 경우 거절하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또 2차, 3차, N차까지 이어지는 회식으로 늦게 귀가했다가,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HR 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식을 하더라도 시간을 단축한 '짧은 회식'을 선호하는 비율이 60%가 넘었으며, 20~30대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N차로 노래방에 가는 경우 노래를 시키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심지어 예기치 못한 사고가 걱정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에서는 한 임원이 단체 회식을 수시로 열고, 2차로 노래방에 가 여직원을 옆에 앉히고 추행했던 사건이 지난달 밝혀진 바 있다.

최근에는 이런 MZ세대들의 의견을 존중해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한 달에 한 번 오후 5시 이전 퇴근을 보장하는 ‘기프트 데이’를 도입했다. 이날은 오후 4시 이후 회의 및 단체 행사를 지양하고 부서별 회식도 금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 게시판 ‘나우’에서 회식과 관련한 불만 글이 몇 차례 올라오자 답글을 통해 회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

한 부회장은 "여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회식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입장 차이가 있다고 새삼 느끼게 된다"며 "회식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음주 다양성도 존중하는 문화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 아니”라며 “건전하고 즐겁게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서로 친해지고 이해하는 단합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전시관람, 체험활동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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