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근욱 개인전 '선분의 영역'
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
2019. 11. 21 – 12. 12.

지근욱 개인전 '선분의 영역' 전시 전경 / 사진=학고재
지근욱 개인전 '선분의 영역' 전시 전경 / 사진=학고재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품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갤러리 학고재가 기존 학고재 전시와 차별화한 작가 주도적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청년작가를 선정하여 3주간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다회성 프로젝트를 종로구 팔판동 한옥 전시공간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학고재가 다양한 청년작가의 화면을 넓은 관점에서 살피기 위해 마련해 첫 전시로 2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추상화가 지근욱(b. 1985, 서울) 개인전 '선분의 영역'을 시작했다.

지근욱은 색연필로 촘촘한 선을 그어 독자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롭게 제작한 '곡선의 자리(2019)' 연작을 포함하여 총 8점의 최근작을 선보인다.

지근욱, '곡선의 자리 015 Curving Paths 015',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곡선의 자리 015 Curving Paths 015',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곡선의 자리 014 Curving Paths 014',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곡선의 자리 014 Curving Paths 014',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곡선의 자리 021 Curving Paths 021',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64x64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곡선의 자리 021 Curving Paths 021',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64x64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실제의 역동성 0039 Actual Dynamics 0039', 2019, 종이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Paper, 30x3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실제의 역동성 0039 Actual Dynamics 0039', 2019, 종이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Paper, 30x3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선분의 구 Linear Sphere',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선분의 구 Linear Sphere', 2019,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결합하는 구 0030 Cohesive Sphere 0030, 2019,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Colored pencil, Acrylic on canvas, 64x64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결합하는 구 0030 Cohesive Sphere 0030, 2019,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Colored pencil, Acrylic on canvas, 64x64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결합하는 구 0032 Cohesive Sphere 0032', 2019,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Colored pencil, Acrylic on canvas, 41x41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결합하는 구 0032 Cohesive Sphere 0032', 2019,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Colored pencil, Acrylic on canvas, 41x41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결합하는 구 0034 Cohesive Sphere 0034, 2019,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Colored pencil, Acrylic on canvas, 41x41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결합하는 구 0034 Cohesive Sphere 0034, 2019,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Colored pencil, Acrylic on canvas, 41x41cm / 사진=학고재
지근욱 개인전 '선분의 영역' 전시 전경 / 사진=학고재
지근욱 개인전 '선분의 영역' 전시 전경 / 사진=학고재

■ 전시 서문

박미란 | 학고재큐레이터

무수한 선을 본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올곧게나아간다. 겸허한 선들의 운동이다. 지근욱의 선은 나란히반복적으로 화면을 잠식한다. 도구에 기대어 그은 선은 긋는 이의 자율성을 제한한다. 약속된 방향으로 선을 잇는 수동적 작업 과정이 작가의 노동마저 도구화한다. 완벽을표방하는 이 행위는 끊임없이 실패한다. 각기 다른 색연필의 경도와 비일률적 힘의 세기가 맞물려 화면위 우연성의 부스러기를 떨군다. 한계를 드러내는 작업 방식이 역설적 해답을 이끌어낸다. 착오 없이 완벽한 선을 긋는 자는 공예가다. 지근욱은 공예의 도구를들고, 예술이 되기 위한 수많은 선을 부단히 그어내고 있다.

선은 긋는 이의 몸짓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미세한 떨림에감정이 담긴다. 나는 동시대 작가 패 화이트(b. 1963, 미국)의 설치 작업 〈투 머치 나잇, 어게인〉(2013)을 떠올린다. 유년의 감정적 경험을 색실로 구현한 대형 설치다. 이미지의 유사성을 차치하고, 두 작가가 색연필과 실이라는 ‘매끈하지 못한’ 재료를 선택한 점이 흥미롭다. 불규칙한 보풀을 맺은 이 선들은 매끈하지 못해서 유기적이며 감성적이다. 그림은그린 이의 그림자다. 지근욱의 〈실제의 역동성〉(2016~9) 연작은하나의 소실점에 도달하기 위한 끈질긴 집착의 기록이다. 선들이 균형을 다잡고 일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작가로서의 초심에 맞닿은 화면이다. 최근작 〈곡선의 자리〉(2019)에서 변화가 돋보인다. 곡선을 도입한 화면이 유연하게 율동한다. 소실점에 무게를 집약한 전작과 달리 집중과 분산이 화면 전반에서 일어난다. 목적지를생략하고 연속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조형으로부터 작가의 심리 변화를 유추해본다. 화면은 멈추지 않는 파동을암시한다. 시각이 환영에 감응한다.

선들은 촘촘히 누워 면적 없는 땅을 이룬다. 어느 한 데고이지 않고 고요하게 내려앉은 선분의 자리다. 그 기반이 모질도록 매끈하다. 젯소를 바르고 갈아내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 캔버스의 돌기를 지워낸 빙판이다. 무너지지 않을 바닥 위에 오직 선을 긋는다. 명료한 마감으로 정제된 화면을 완성해야 한다는고집이 재현의 욕구를 선에 가둔다. 수축이 아닌 응축일 터다. 지근욱은주관을 맹신하지 않으며, 규칙 안에서 우연을 수용한다. 선을그을 때 도구에 의지하듯 색의 사용에도 지침을 마련한다. 사전에 표본을 만들어 비교하는 식이다. 직관과 취향의 도표화며, 작업 화면에 객관을 포괄하려는 시도다. 선분의 영역에는 이름 붙일 색도, 명료한 서사도 없다. 주체를 지운 화면은 타인이 스스로를 투영할 여지를 마련한다. 자신의그릇을 비워내면 보다 큰 세계를 포용할 수 있다.

다시, 무수한 선을 본다. 일률적이고 반듯해야 한다는 강박 아래 숨죽여 움직이는 선의 보풀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매번다른 마음으로 또 다른 선을 그었을 필연적 몸짓의 흔적이다. 각각의 선분이 고유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외향적인 말하기는 분명 아니다. 시간을 두고 인내하며, 거듭 반복해 의미를 전하는 화법이다. 우리는 비재현의 입구까지 몰아붙인재현으로부터 절묘한 호소성을 발견한다. 작가의 노동이 예술의 범위 안에 있도록 하는 연유 중 하나는바로 이러한 감정일 테다.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은 비단 휘몰아치는 표현이나 거대한 서사가 아니다. 그림은 정말이지, 그린 이의 그림자다.

아티스트 지근욱 SNS

아티스트 지근욱 Ji Keun Wook (b. 1985, 서울)

1985 서울 출생

2012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사 졸업

2016 런던 예술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아트 & 사이언스 석사 졸업

2018~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

서울에서 거주 및 작업

지근욱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2년 홍익대학교 판화과 졸업 후 2016년 런던 예술대학 센트럴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 & 사이언스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63아트(서울), 스페이스XX(서울) 등에서개인전을 선보였다. 2017, 2018년도 크리스티 홍콩 정기 경매에서 열린 특별전에 참가했다. 추정가를 크게 뛰어넘는 가격에 작품을 낙찰시켜 주목 받았다. 2020년 3월에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전

2019 지근욱: 선분의영역, 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18 운동하는 감각, 스페이스 XX, 서울

2017 미성숙한 구, 63아트, 서울

2017 실제의 역동성, 리디아 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9


4482, 셀로아트 갤러리, 서울

사이드-비,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비스타아트, 비스타 워커힐 서울, 서울

언리미티드, 갤러리 B., 서울

도약으로의 여정,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서울

평평한 움직임, 정샘물 플롭스, 서울

2018

모호함 속의 명확함: 추출하는 사람들, 최정아갤러리, 서울

하이 플로우 스크린, 딜라이트 아트 월, 딜라이트 스퀘어, 서울

교학상장전, 부산대학교 아트센터, 부산

악어와 악어새,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서울

미적 공범자, 스페이스 XX, 서울

뉴 택틱스, 백룸, 서울

2017

비트윈, 소피스 갤러리, 서울

2016

HIX 어워드, 유닛 런던, 런던

큐리어스?, 그래너리 광장, 런던

언폴딩 리얼리티스, 런던 예술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런던

2015

마인드 / 매터, 엘손 스튜디오, 런던

아이들이 못난 것은 당신 탓이다, 더 런드리, 런던

아트페어 및 옥션

2019
아시아 호텔 아트 페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 서울캠퍼스 아트 페어,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8 크리스티 홍콩 – 랜덤 액세스 메모리, 홍콩 컨벤션 & 전시 센터 / 홍콩 유니온 아트페어 – 렛츠 메이크 투게더, 에스팩토리, 서울 / 크리스티 홍콩 – 버나큘러 글랜스, 홍콩 컨벤션 & 전시 센터, 홍콩

2017 크리스티 홍콩 – 내츄럴 셀렉션, 홍콩 컨벤션 & 전시 센터, 홍콩 /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 유니온 아트페어 – 유니온 아트+플러스 X, 인사1길, 서울

2016 서울아트쇼, 코엑스, 서울

2015 CSM 아트 옥션 (소더비 공동 주최), 레더비 갤러리, 런던

물체의 움직임을 기본 요소를 활용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 지근욱의 전시는 12월 12일까지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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