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직원, 기계수리 및 증원 요청했으나 담당자에 의해 묵살

익산공장 증축공사 현장 (뉴스1 제공)
하림 익산공장 증축공사 현장 (뉴스1 제공)

[아시아에이=김수빈, 이준호 기자] 국내 육가공 1위 업체 하림에서 생산직 업무를 보던 천 모씨가 지난 7월 14일 의문사를 당했으며 사망 전 동료 근로자가 천 씨의 업무변경 및 기계수리를 요청했지만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故 천 씨는 지난 2월 하림 익산공장에 입사를 했으며 주로 가공육 배합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 A씨는 "가공육 배합은 상당히 고된 작업으로 주-야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2월 말부터 할당된 작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배합하는 방식이 더 복잡하게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천 씨가 주간에는 (비교적 업무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라스터카터 배합업무를 진행했지만 회사사정상 야간에는 케이지 카타 진공기계를 사용하는 업무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천 씨가 어려움을 토로한 업무는 야간에 다뤘던 케이지 카타 공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케이지 카타 진공기계는 노후화로 인해 수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근로자들은 업무의 과중함을 호소하며 수리를 요청했지만 담당 관리자는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 엔지니어가 입국해야하는 상황이라 당장 수리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A씨는 "지난해 9월 해당 장비서 문제가 발행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3일만에 회사 측에서 고쳐줬다"며 "사측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천 씨가 사망하기 직전에는 케이지카타 기계의 고장으로 성인 남성 3명이 달라붙어서 작업을 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A씨는 "(과중한 업무가 계속되자) 천 씨는 야간 근무 후 퇴근시 얼굴이 창백하고 쓰러기기 직전이었다"며 "퇴근하며 목에 무리가 가는지 자주 목이 아프다고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천 씨는 사망하기 한달여 전인 6월 중순께 회사에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 씨가 병가로 인해 천 씨의 업무를 대신 맡았던 A씨는 7월 4일 또다시 담당 관리자에게 "천 씨의 업무 이동이 필요할 것 같다"며 "불가할 경우 기계를 고쳐달라고" 하소연 했지만 관리자는 "지켜보자"라는 말 뿐이었다.

하림 측은 A씨의 주장인 '설비의 고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설비 고장이 아닌 진공이 약해서 힘을 누르는 작업이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결국 천 씨는 14일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사망했다.

당시 의사는 음식물에 의한 기도 막힘으로 사망 원인에 대해 밝혔지만 A씨는 업무 과다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문제를 당시에 바로 제기하려고 했지만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써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아이 3명의 아버지이고 가장이었던 故 천 씨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자 양심고백을 한다"고 밝혔다.

천 씨가 사망하고 일주일 만에 하림 측은 전반적인 설비를 개선했다.

하림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추가근무가 없었다"며 "본인의 업무였던 라스카 카터 설비는 고장이 없는 상태로 함께 근무했던 케이지 카터 진공기 작업자의 일을 잠깐 도와준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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