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모 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기자회견,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뉴스1 제공)
지난해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모 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기자회견,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뉴스1 제공)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성(性)문제에 대한 인식이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기업에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듯하다.

성문제의 시작은 '성인지감수성'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성인지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춘 상태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것을 말하는데, 쉽게 이야기하자면 피해자의 당시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2018년 이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일부 판례를 살펴보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감수성'을 갖춰야 하며 나아가 성범죄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꼭 법적인 문제에서만 '성인지감수성'을 이해하면 안된다.

신협의 경우 올해에만 벌써 3건 이상의 성문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재발방지를 위해 교육을 철저히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추가로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던 관행같은 것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철저히'의 사전적 의미는 '속속들이 꿰뚫어 미치어 밑바닥까지 빈틈이나 부족함이 없이'(네이버 사전 참고)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올해에만 3건 이상이 발생한 신협의 성문제에 대해 과연 '철저히' 하고 있다라는 주장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성문제는 피해예방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한다. 하지만 피해예방을 하기위해서는 사건이 벌어진 가해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맞춰진 엄벌이 필요할 때도 있다.

대부분 대기업의 경우 성문제가 발생하면 '무관용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관용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달하며 성문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신협은 아직까지도 '쉬쉬'하는 문화가 많다. 실제 블라인드 글들을 살펴보아도 "이 조합 저 조합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놀랍지도 않네", "다들 썩어서 징계도 안하는걸 신고하면 뭐함" 등 신협 성희롱 문제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직원들의 글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관련 '성비위 원스트라이크 아웃' 안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1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관련 '성비위 원스트라이크 아웃' 안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1 제공)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신협중앙회에 대한 각 조합 직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결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성문제가 발생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이기도 하지만 여러건의 사고 중에 가장 높은 징계인 '면직'까지 가는 경우는 극소수다.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가해자는 '정직'을 당해도 몇 개월 뒤 다시 같은 자리로 복직했다는 충격적인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과연 성문제에 대해 신협중앙회, 신협 조합직원들의 '성인지감수성'은 어떤 것일까 짐작게 할 수 있다.

'성인지감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타 대기업들처럼 '무관용 원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제도를 만들어서 퇴사시키거나 조직원들끼리 똘똘뭉쳐 가해자가 다시는 업계에 발을 못붙이게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한 새로운 문화를 열어야한다.

성문제에는 '관행'이란 표현도 없고 '용서'라는 표현도 없다. 이미 한 번 벌어지면 돌이킬 수없는 기억이 피해자의 머릿속을 채우기 때문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신협 기업자체의 적극적인 시스템 도입도 선행되어야하고 구성원들도 '어차피 바뀌는 것은 없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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